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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다. 아무도 예측치 못했던 결과가 후보자를 당선자와 낙선자로 양분했다. 나는 당선의 기쁨을 사자후로 토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지나친 열기를 경계한다. 오히려 다시 4년간 와신상담과 절치부심의 시간으로 진입할 낙선자들에게 관심이 더 쏠린다. 나는 그들 낙선자들에게 고전읽기를 권하니,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다. 부디 그 책을 들고 정신의 흑해로 가시기를! 세상에 바다는 태평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부신 푸름이 파도로 넘실대는 지중해만 바다가 아니라, 어두운 하늘 아래 검디검은 바다라서 ‘흑해’라 불리는 바다도 있음을 염두에 두시기를! 무릇 바닥에 가서 봐야, 푸른 하늘이 보이는 법이다.
오비디우스 역시 오지에서 하늘을 보았다. 그는 고독의 흑해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변신이야기> 제 1 권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천지창조의 이야기를 펼친다. <창세기>의 내용과 닮았다는 구태의연한 소리를 하지 않겠다. 대신 고개를 들라는 오비디우스의 가르침은 꼭 소개하고 싶다. <변신이야기>의 천지창조는 혼돈(카오스)의 세상에 절대자가 질서를 부여하자, “오랫동안 눈먼 어둠 속에서 묻혀 있던 별들이 온 하늘에서 빛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인간이 창조되었다.
<변신이야기>의 창조이야기에서도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고 말한다. 신이 자신의 신적인 씨앗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만물을 다스리는 신의 모습을 부여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위대한 것일까? 왜 인간은 신의 형상을 가지고 태어났을 만큼 위대한 존재일까? 그 비밀을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동물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대지를 내려다보는데, 신은 인간에게만은 위로 들린 얼굴을 주며, 별들을 향하여 얼굴을 똑바로 들고 하늘을 보라고 명령했다(1권 84~86행).”
이번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사람들, 입사 원서를 넣었는데 면접의 기회조차 받지 못한 취업준비생들, 가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넣었으나 불합격 통지서를 받은 학생들, 태어난 자녀가 평생 장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슬픈 부모들,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책이 바로 <변신이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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