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시점과 사고를 낸 후 측정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다른 정황이 음주운전을 뒷받침한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나 모씨(53)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음주 측정 시점이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기라 할지라도 기준치인 0.05% 이상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혈중 알코올 농도뿐 아니라 음주운전 적발 당시의 언행 상태와 혈색, 실제 음주 시점 등을 파기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측정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17%로 처벌 기준치인 0.05%를 크게 넘는 점, 나씨 언행 상태가 어눌하고 혈색이 홍조를 띄어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음주를 시작한 시점부터 운전은 1시간 46분 뒤에, 측정은 2시간 21분 뒤에 받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반드시 상승기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술을 마신 뒤 30분에서 1시간 30분 사이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시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음주측정을 당하면 실제 운전 당시보다 더 높은 수치가 기록
1·2심은 나씨 음주측정이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기에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나씨는 2013년 9월 10일 밤 10시 46분 술에 취해 운전하다 정 모씨와 김 모씨가 탄 차를 들이 받고 전치 2주 상해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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