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고속도로 9중 추돌 사고, 위험 알아도 미비한 '법규'
↑ 남해고속도로 9중 추돌 사고/사진=연합뉴스 |
16일 오전 수련회 가던 중학생들을 태운 전세버스 연쇄추돌 사고는 대열운행, 안전거리 무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른 비극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열운행이나 안전거리 미확보 등과 관련해 법규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 대열운행하며 안전거리는 '무시'
이날 경남 양산의 한 중학교 학생 223명과 인솔교사 10명은 고성수련원으로 수련활동을 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한 여행사로부터 버스 7대를 대절해 목적지로 출발했습니다.
사고 당시 이 버스들은 같은 차선에서 나란히 가고 있었습니다.
차량 행렬 사이에는 SUV 차량과 승용차, 5톤 트럭이 한 대씩 끼어들어 가 있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창원분기점 북창원 방향 25㎞ 지점 창원1터널에서 쏘렌토 SUV 차량이 멈추자 뒤따르던 차들이 그대로 연쇄 추돌했습니다.
버스 사이에서 주행하다 차량 사이에 낀 승용차 탑승자는 전원 사망했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 35명도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자칫 학생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사고 당시 터널 내부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고 차들은 15m 남짓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두운 터널 내부에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대열운행을 한 게 연쇄추돌을 불러왔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 분석입니다.
도로교통공단 울산·경남지부 표승태 교수는 "대열운행 특성상 차들이 앞 차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짝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많아 안전거리 확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대열운행 차들은 최대한 붙어서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앞차만 신경 쓰느라 옆 차선 차량에 신경을 못 쓰기 때문에 차량 사이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또 급정거 등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고도 쏘렌토 SUV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뒤따라오던 차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연쇄추돌로 이어졌습니다.
◇ 위험 알면서도 관련 법규는 미비
그간 경찰에서도 대열운행 위험성을 지적하며 여러 차례 금지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아직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안조차 하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도로교통법은 주행시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따로 정해진 게 없는 실정입니다.
현행법상 안전거리 미확보로 단속된 경우 벌점 10점과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하는 게 전부입니다.
표 교수는 "시속 100㎞로 주행 시 100m 정도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 의견이나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며 "이와 같은 사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구체적 법률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추돌한 차량들은 시속 70~80㎞로 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한속도 100㎞ 구간이어서 속도위반은 아니었으나 차량 9대가 15m 남짓한 거리만 둔 채 일렬로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 기준으로 비춰보면 80~90m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했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열운행 자체를 금지하는 법률이 따로 없어 단속하더라도 '안전거리 미확보'로만 처벌할 수 있다"며 "대열운행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게 전부"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안전거리 미확보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거리 기준이 없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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