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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혐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생면부지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신 23세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강남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문구들이 붙은 19일 강남역 10번 출구의 모습. <한주형 기자> |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김모씨(34)가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진술한 것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발길이 강남역으로 향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의 벽’이 생겼고 촛불 문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추모객들이 ‘추모의 벽’에 붙인 메모들을 살펴보면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다음 타깃은 저겠죠, 여자니까요’ 등 자신을 잠재적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내용들이 눈에 자주 띈다.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온라인에서 수차례 있었지만 오프라인에서 이와 같은 집단행동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추모 운동은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는 여성들이 체감하는 여성 혐오와 이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프로파일러를 추가 투입해 피의자 김모씨(34)에 대한 범행 동기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일 오전9시 30분께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경감을 비롯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형사 등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씨에 대한 2차 심리면담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권 경감은 국내 프로파일러 1호로, 유영철과 정남규, 강호순, 김길태, 오원춘 사건과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 등 국내 주요 흉악범죄 피의자의 심리를 분석해온 전문가다. 프로파일러 투입을 늘린 것은 사건 발생 첫날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는 김씨 진술을 경찰이 언론에 밝히면서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림에 따라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서라고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의 어머니에게서 피의자 김씨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진단
면담 결과 김씨는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구체적인 사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피해를 받았다는 피해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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