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원 100주년을 맞은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들이 당한 단종(정관수술)·낙태 실상을 듣는 ‘특별 재판’이 처음으로 열린다.
29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법원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피해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특별재판을 다음달 20일 소록도병원에서 열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한센인 원고 2명과 소록도에 거주해온 한센인 1명으로부터 그들이 보고 겪은 단종·낙태 사실을 들을 예정이다. 수술대, 인체해부대, 감금실, 사망 한센인을 불태운 화장터 등 소록도병원 시설도 현장검증한다.
한센인 측 대리인은 “소록도병원은 수술이 이뤄진 장소일 뿐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곳”이라며 “그간 한센인 원고를 법정으로 부른 사례는 있지만 재판부가 거꾸로 한센인을 찾아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소록도에서 40여년간 봉사하다 2005년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82)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추진한다. 마리안느 수녀는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방한해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 한센인에 대한 단종 정책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여수에서부터 시작됐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수술을 내걸었다. 거부할 경우 폭행과 협박, 감금 등이 뒤따랐다. 이후 1980년대까지 인천, 익산, 칠곡, 안동 등 각 지역 국립 요양소·정착촌에서 이같은 정책이 자행됐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2011년부터 수술을 강제한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한센인의 본질적 욕구와 천부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단종 피해자에 3000만원, 낙태 피해자에 4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아직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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