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제 잔재 문제는 항상 논란이 되어왔는데요,
사회부 이동화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이 기자, 앞서 조선 총독의 글씨가 담긴 기념비가 서울에만 8곳이 있다고 했는데요,
곳곳에 왜 이런 글씨들이 남아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일단 8곳 중 4곳에서, '정초'라는 글씨가 쓰여있습니다.
주춧돌을 세운다는 뜻인데, 공사를 착수할 때 세우는 '머릿돌'의 의미입니다.」
우리 주변에 일반 건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건데요,
일제 시대 때도 터널이나 수도 시설, 철도 등 기반 시설을 건축하게 되면 조선 총독급 인사의 글을 받아 머릿돌에 새기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당시에 만들어진 건물이나 그 주변에는 일제 기념비들이 남아 있는 겁니다.
마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선통물'이라는 글씨도 배수터널 만든 뒤에 비슷한 의미로 제작됐습니다.
【 질문 2 】
나머지 글씨들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 기자 】
「네, 먼저 인왕산 병풍바위에 있는 '동아청년단결'이라는 글씨는 일제 패망기 옛 경성에서 개최된 대일본청년단대회를 기념하고자 세운 것이고요,」
「연세대학교 수경원 터에 옮겨 놓은 '흥아유신기념탑'은 태평양전쟁을 찬양하는 의미입니다.」
「그 밖에도 번데기의 혼을 기린 탑도 있는데요, 대부분 특별한 행사나 뜻을 기리기 위할 때마다 총독의 글씨를 새긴 돌이 만들어졌습니다.」
【 질문 3 】
사실 이런 일제 잔재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건 문제라고 보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 기자 】
네, 그동안 주변에 현존하는 일제 잔재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이나 피해자에 대한 실태 조사는 적게나마 이뤄지고 있지만,
실물 잔재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다루는 기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물건이나 건물, 향후에도 문화재로 등록되기 어려울 것 같은 것들에 대해서 관리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현재까지 이 문제를 다룰 담당 부서나 담당자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 질문 4 】
또다시 일제 잔재가 주목을 받으면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 기자 】
네, 사실 이번에도 전문가들은 무작정 철거보다는 보존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1995년, 경복궁과 광화문 사이를 가로막았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과정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보존을 통해 일본인의 과오를 반성하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었죠,
비슷한 맥락으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우리 고유의 문화재처럼 정말 소중하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쓰린 역사의 증거물로써 최소한의 설명을 덧붙여 후손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그 밖에도 일제 잔재를 보존하거나 방치할 것이 아니라 조형물을 재해석 해서 우리만의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문화유산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지금까지 사회부 이동화 기자였습니다.
[idoid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