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오늘은 어떤 날이었을까.
'오늘裏面'은 이러한 궁금증으로 시작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는 뉴스와 사건들 속에서 울고 웃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오늘이면은 과거의 오늘이 가진 다른 의미를 추적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소외당하고 잊혀질 뻔한 사실들을 적습니다.
오늘의 역사를 통해서 지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8년 전 오늘. 6월 8일은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7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날입니다.
↑ 사진=연합뉴스 |
한가로운 일요일 낮 12시, 아키하바라 거리가 사람들의 비명으로 휩싸입니다. 한 남성이 트럭을 타고 돌진해 행인들을 친 뒤 잇따라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겁니다. 대낮 한복판에서 남자 6명과 여자 1명이 죽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범인은 아오모리 출신의 25살 청년 가토 도모히로. 체포된 그는 “사람을 죽이려고 이 자리에 왔다. 죽일 상대는 누가 되든 상관없다. 세상이 싫다”며 무차별 살인임을 시인했습니다.
사건 당시 그는 자동차공장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전날 구조조정 감원 대상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좌절감과 열등감에 빠져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는 아르바이트와 파견노동자를 전전하며 생활해온 프리터(프리+아르바이터)였습니다.
사건 직전 인터넷에 남긴 글에는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찼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8년, 패배뿐인 인생’, ‘누구든 나를 방해하고 있다’, ‘또다시 주소 없는 무직이 됐다. 절망적이다’, ‘회사에서 오라고 전화가 왔다.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누가 갈까 보냐’, ‘승자는 모두 죽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바보 취급 당하니까 차로 치였으면 좋겠다’.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고 ‘도리마(길거리 악마)’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 사진=MBN |
당시 한국은 “일본 사회가 갈 때 까지 갔다”는 반응만 했을뿐, 묻지마 범죄는 우리와 먼 이야기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아키하바라 사건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여성 피살사건에 대해 경찰은 가해자 김 씨의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여성 혐오에 따른 증오범죄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주요 동기는 ‘조현병’에 따른 묻지마 살인이었습니다.
김 씨는 2003년부터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고, 8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6차례에 걸쳐 19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는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망상에 시달렸고, 가토 도모히로 처럼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당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치료가 무의미 하다고 판단했고 약을 끊은 채 방황하다 이 같은 참극을 저질렀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묻지마'의 본질은 '제발 물어봐 달라'는 호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갈수록 양극화되고 각박해지는 현대사회가
[MBN 뉴스센터 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