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중산동 옛 음식물 쓰레기장을 개조해 만든 어린이 놀이터.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 놀이터는 악취 때문에 집회를 하던 흥분한 주민들 대신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개관 이후 1년간 이 놀이터를 찾은 주민들은 3만명에 달한다. 놀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울산의 명소가 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악취 민원이 들끓었던 음식물 쓰레기장을 어린이 놀이터로 만든 울산시 북구의 님비(NIMBY) 시설 재활용 실험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울산시 북구청은 음식물 쓰레기장을 개조해 만든 ‘세대공감 창의놀이터’에 지난 1년간 2만8000명이 다녀갔으며, 놀이터가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만족도 조사 결과 7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놀이터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 높다. 한 달전에 시설 이용 예약을 받는 이 놀이터는 매달 1일 예약이 시작되면 10일 전후로 예약률이 80%에 이른다. 7월 예약이 시작된 현재 놀이와 요리를 결합한 ‘참새방앗간’, 생태와 인문학이 합쳐진 ‘생태인문놀이’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예약이 끝났다. 황영지 창의놀이터 담당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생태 프로그램이 특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놀이터는 과거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대표적인 님비 시설이었다. 북구는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매립이 금지되자 주택가 인근에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드는 친환경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 단계부터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주민들은 자녀 등교를 거부했고, 격렬한 집회로 주민 2명이 구속되는 등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중재에 나서고, 북구청도 악취 제로를 약속하면서 이 시설은 2005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악취 민원이 다시 제기돼 결국 가동 3년 만인 2008년 이 시설은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이후 장기간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북구청은 시설 주변이 우범지역으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되자 주민, 대학, 지자체가 참여하는 민간추진단을 만들어 시설 활용 방안을 논의했고, 가동 중단 7년만인 2015년 6월 주민 수요가 많은 어린이 놀이터로 만들어 개방했다.
울산 북구청 관계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창의놀이터 사례를 올해 갈등 해결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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