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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기독교 소수 종파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21)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무렵부터 성서를 공부했습니다.
종교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했고 16살 때인 2011년에는 '침례'도 받았습니다. 진정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종교집회에 계속 참가하며 주말에는 정기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세속의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타인을 공격하거나 총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남자인 박씨가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인천병무지청장 명의로 배달된 현역병 소집 통지서에는 같은 해 12월 28일까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병역을 거부하고 전쟁에 가담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리에 따라 입대를 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자처했습니다.
박씨는 재판과정에서 "어려서부터 배워온 교리가 굳은 신념으로 체화됐고 신념에 반하는 행위는 생명의 주인인 신(여호와)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어서 양심상 도저히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박씨와 같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신모(21)씨도 지난해 11월 '경기도 양주 26사단 훈련소로 입대하라'는 소집통지서를 받았지만 같은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3번째 위헌 법률심판을 앞두고, 최근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따랐습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4단독 류준구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씨와 신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류 판사는 "입영을 기피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 학력, 생활환경 등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전쟁을 대비해 훈련하는 군대에 입영하는 것은 집총 여부, 보직 여하를 불문하고 '여호와의 증인' 종파의 본질적인 교리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종파의 독실한 신자에게 군대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정한입영을 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무조건 우선돼야 할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국방의 의무는 군대에 입대하는 사람들만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했습니다.
류 판사는 "군인들이 복무 기간 매우 적극적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 장애인, 노인, 청소년, 군 면제자, 군 전역자 등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대체복무뿐 아니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비폭력·평화주의에 바탕을 둔 범국가적 반전활동을 하는 것도 국가의 안전보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종교적인 문제로 병역을 거부한 이는 2006년 이후 10년간 5천723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5천215명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 기간 전체 병역거부자 중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5천686명이었습니다.
류 판사는 "대한민국 대다수 젊은 남성이 2년간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며 군 생활을 하는 사정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이들에게 국가가 혜택을 줄지는 입법자들이 정할 문제이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
헌재는 지난해 7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의 위헌 여부를 가리고자 여론 수렴을 위한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헌재는 조만간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3번째로 심판합니다. 앞서 2004년과 2011년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