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형제간 갈등 속에서도 신동빈 회장(61)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던 롯데케미칼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신동빈 체제’ 구축과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경영자 신동빈 키워낸 케미칼... 경영권 ‘최후의 보루’
롯데케미칼은 그룹 지배구조상으로는 중심에서 한 발 빗겨나 있다.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12.68%)가 아니라 롯데물산(31.27%)이 최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회장의 경영권 측면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먼저, 롯데그룹 상장사 8곳 가운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2)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은 지분이 전혀 없고, 신 회장만 지분(0.3%)을 가진 계열사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손해보험이 유일하다.
또한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뒤 지주사를 세우면 곧이어 롯데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롯데케미칼 지분 44%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경우 롯데케미칼은 그룹 지주회사 체제에서 화학부문을 이끄는 중간 지주사가 된다. 검찰 수사 직전까지는 호텔롯데 밑으로 계열사들이 화학(롯데케미칼), 유통(롯데쇼핑), 음식료(롯데제과) 3개 사업군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었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철회되고, 화학부문을 이끌 롯데케미칼마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어려워졌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를 총괄하게 된 이유가 화학부문에서 보여준 경영 능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아 이번 수사는 신 회장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화학부문은 한·일 롯데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한·일 롯데가 호텔, 제과, 유통 등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것과 달리 화학사업은 한국 롯데만 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전 부회장이 중국 유통사업 실패를 명분으로 그를 공격할 때도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성장에 역량을 쏟은 이유다.
◆한·일 롯데 연결고리 ‘알미늄’, 신 회장 지배력 강한 ‘건설’
호텔롯데가 2대주주와 최대주주로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롯데알미늄, 롯데건설에 대한 수사도 신 회장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변수다. 롯데알미늄의 대주주는 제2L투자회사(34.92%) 광윤사(22.84%)로 일본 계열사 비중이 57.8%에 달한다. 동시에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건설 등 국내 계열사들 지분을 다수 보유해 한·일 롯데를 잇는 연결고리다. 일본 계열사에 대한 배당금 지급 등 ‘국부 유출’의 중요한 통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0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은 롯데알미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호텔롯데가 형이 장악한 광윤사를 견제하기 위해 롯데쇼핑이 보유 중이던 롯데알미늄 지분을 12.1% 매입하고 지분을 25.04%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롯데쇼핑은 이 과정에서 주당 순자산가치보다 35만원 낮은 헐값에 지분을 매각해 회사에 445억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지분 43.1%, 35.2%를 보유하고, 신 회장 본인 지분도 0.6%에 달해 대주주 지배력이 강한 계열사로 꼽힌다. 호텔롯데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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