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무더운 요즘, 길을 지나다 보면 에어컨 실외기 바람에 짜증난 적 있으시죠?
설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자칫하면 화재까지 날 수도 있습니다.
연장현 기자가 직접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 기자 】
하루에도 수백 명이 다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골목길.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옆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더운 바람을 쉴 새 없이 뿜어냅니다.
실외기는 지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돼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보행자에게 열기가 직접 가지 않도록 가림막이 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스탠딩 : 연장현 / 기자
- "이렇게 사람 키 높이에 설치된 실외기부터 전선들 사이에 위태롭게 놓인 것들까지, 실외기 행렬이 쭉 이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1분도 안 돼 47도를 넘어갑니다.
▶ 인터뷰 : 문찬주 / 서울 신촌동
- "덥고 습한데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체감온도도 더 올라가는 것 같고, 끈적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는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불이 나 7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이태원 / 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장
- "하나의 실외기에서 내뱉은 열을 다음 실외기에서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려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을 이용하는 가게 주인들은 관심조차 없습니다.
▶ 인터뷰 : 가게 주인
- "'여기다 놓으면 되겠네? 네, 그러세요' 하고 놓는 거지. (규정을) 누가 설명을 해주나?"
이를 단속해야 할 지방자치단체 역시 소극적입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직접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서 업무하지는 않고요.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
무분별하게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MBN뉴스 연장현입니다. [tallyeon@mbn.co.kr]
영상취재 : 전범수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