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공식 사과에도 분노 "말문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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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찰청 공식 사과/사진=MBN |
"학교전담 경찰관의 상식 밖 행동과 경찰의 사건 은폐시도를 보면서 누구를 믿어야 하나 말문이 막혔다."
지난 24일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실이 드러나 공식 사과를 했지만 여파가 끊일 것 같진 않습니다. 시민들의 분노가 꺼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조문선(43·여)씨는 "그동안 학교의 곪은 부분은 학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경찰의 학교 문제 개입을 환영하고 있었는데 이번 보도로 신뢰가 한 번에 무너졌다"면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이해해주는 남자 어른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할 수 있는 사춘기 여학생들과 '합의하에 성관계했다'는 경찰의 해명을 접하고는 분노를 터트렸다"고 말했습니다.
윤종순(58·여) 씨도 "경찰이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익숙한 나머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방법은 까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번 잘못에 대해 경찰청장이 직접 사죄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사실 관계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뒤 은폐나 모르쇠로 일관한 부산경찰청의 태도를 질타하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은 "문제가 불거졌으면 이를 수습할 사람인 리더가 '나의 잘못이다'고 나서야 하는데 리더가 뒤에 숨다 보니 조직원들이 수장을 감싸려고 거짓말을 하고, 이런 거짓말이 결국 발각되면서 최소한의 신뢰마저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과 함께 학교도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교육계 지적도 있습니다.
편국자 참교육학부모연대 부산지부장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여고생들은 철저히 학교 측에 의해 희생된 희생양"이라면서 "여고생이 장기 결석했다는 이유로 학교가 아이의 상담을 학교전담 경찰관에게 떠넘긴 것은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편 지부장은 "학교폭력이나 범죄와 관련이 없다면 학생의 생활과 관련된 문제는 당연히 선생님이 전적으로 책임졌어야 할 문제"면서 "학교가 '문제아가 내 손만 떠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속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효민 영상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 뭇매를 가하는 것에 그칠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선점을 찾고 해법을 모색할 때"라면서 "학교 전담경찰관이라는 제도 자체를 버리기보다는 소속 경찰관을 전문가로 길러내고 인성교육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도 "경찰이 학교에서 제어할 수 없는 문제를 외부기관 자격으로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던 지금의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교육과 마인드,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하며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