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고 김홍영 검사 죽음은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강현석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 질문 】
어제 현장에 다녀 오셨죠?
【 기자 】
네, 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성명서 발표 전부터 김 검사의 어머님이 오열하면서, 분위기가 숙연했는데요.
그래도 어머님이 슬픔을 꾹 참으면서 호소문을 읽으실때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같이 참석한 고인의 사법연수원 동기들도 시종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 질문 】
연수원 동기들이 직접 집단행동에 나설 정도면, 확실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거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어제 41기의 진상규명 촉구 성명에는 총 712명이 동참했습니다.
대략 70% 이상의 동기들이 서명을 한 건데요.
사실 법조인들에게 집단행동은 굉장히 이례적이기도 하죠.
물론, 과거 로스쿨 졸업생을 바로 검사로 임용하는데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한 예가 있긴 한데요.
이건 본인의 진로와 직결되는, 말하자면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이었죠.
이번 사건을 두고 확실히 법조인들 사이에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
고 김홍영 검사는 형사부 소속이었죠. 업무강도가 대체 어느정도입니까
【 기자 】
형사부 소속 검사들은 거의 대부분 관할 경찰서에서 송치한 사건을 처리합니다.
정말 자잘한 사건들, 국민 민생에 직결되지만, 커리어에는 솔직히 큰 도움이 안되죠.
품은 품대로 들지만 빛은 못보는 이른바 '깡치사건'들을 많이 다룹니다.
청마다 사정은 좀 다르지만, 좀 적으면 1인당 한달에 100건, 보통이 150건, 좀 심하다 싶으면 2~300건씩도 쌓입니다.
그럼 월말이 다가오면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아침에 또 출근하는 상황이 밥먹듯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죠. 하지만, 이 사건을 '업무강도'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 질문 】
어떤 의미인가요?
【 기자 】
형사부 검사들이 혹사당하는건 맞습니다.
하지만, 혹사를 이유로 사람이 목숨을 끊지는 않죠.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현직 검사들이 했던 이야기도 바로 이겁니다.
업무강도 때문이라면, 김 검사 외에 다른 많은 검사들도 같은 길을 택했겠죠.
상관인 김 모 부장검사의 폭언, 욕설, 사적 지시 등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오히려 군대가 연상되는 상명하복 분위기나 술자리 강권 등의 문화가 더 큰 문제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 질문 】
조금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어떤 조직문화가 있는지.
【 기자 】
어떤 분들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법원과 검찰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개인플레이'냐 '팀플레이냐'라고요.
그만큼 검찰은 '조직'이라는 측면이 굉장히 강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명하복 문화가 그 어떤 조직보다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초임 검사 교육도 체계적이라기 보다는, 도제식에 훨씬 가깝죠.
도제식이 물론 무조건 나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직문화가 경직된 상황에서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면 그만큼 '폭력'이 발생하죠.
게다가 잦은 술자리. 여검사들이 많아지면서 많이 줄었다지만 강권하는 술자리 문화도 여전합니다.
오죽했으면 어제 김수남 검찰총장도 "감정에 치우쳐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지 말라"고까지 했겠습니까.
【 질문 】
그러고 보니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접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을 어제 했죠?
【 기자 】
네, 어제 검찰총장 주재 확대간부회의에서 나온 말인데요.
우선 형사부 업무를 줄여줄 방안을 내놨는데,
특수, 공안 등 인지부서 인원을 줄여서 그만큼 형사부에 넣어주란게 핵심인데요.
사실 돌려막기 식 대책이라서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당장 검사 정원을 늘릴 순 없으니 나온 고육지책에 가깝습니다.
「 여기에 선배가 후배를 잘 지도해야 하긴 하지만, 감정에 치우쳐 후배에게 인격적 모욕감을 주지 말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숨진 김 검사의 상관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말이기도 하고요.
【 질문 】
다시 그럼 김 검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뭐였을까요.
【 기자 】
언론사들이 늘 실수하는게 이거죠.
"이 일은 무엇때문에 일어났다"고 단순화하는 그런 경향인데요.
그게 훨씬 이해가 쉽거든요.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은 절대 한 가지 이유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과중한 업무부담이 일단 기본으로 깔리고, 거기에 지속적인 상관의 모욕적인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상습적인 이런 폭언, 모욕이 이어지면 어느 한 순간 이성의 끈을 놓게 되죠.
게다가 숨진 김 검사의 업무를 밑에서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결국 가혹한 업무환경 속에 위 아래서 동시에 치이는 상황이 몇달째 이어지고,
어느 순간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됐다고 보는게 맞겠죠.
【 질문 】
검찰의 감찰과정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죠.
【 기자 】
네, 5월 19일에 돌아가셨으니, 유족들은 내 아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당연히 알고 싶겠죠.
그런데 10일 넘게 별다른 답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국 아버지가 상관의 가혹행위를 주장하며 6월 1일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진정을 넣죠.
여기서 문제가 벌어집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쳐도, 상관의 문제를 언급한 찌라시까지 돌았지만요.
적어도 6월 1일부터는 가족이 주장을 하고 나섰으니, 뭐가 됐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진상조사를 벌이는게 맞는 겁니다.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 느렸던 거죠.
【 질문 】
그게 아까 뉴스로 전해드린 휴대전화 부분이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했으면, 사실 누구한테 정황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오직 남은건 고인이 고충이 담겨 있는 휴대전화 메시지거든요.
이 사건에선 카카오톡 메시지였죠.
검찰의 한 간부도 "이런 사건에서 휴대전화 확보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한게 6월 30일입니다.
이때면 이미 보도가 나올만큼 나와서 사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뒤였습니다.
결국, 진상조사 자체가 엄청나게 느렸던 반증이죠. 이것이 과연 고의였는지 아니였는지는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