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취재한 사회부 윤범기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일단 만득이 고 씨의 현재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말은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 기자 】
네, 현재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경찰은 지난 14일 조사를 마친 고 씨를 자택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청주의료원에서 혈액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했는데요.
영양 상의 문제는 '정상',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양호'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다만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가만히 있으면서도 자기 몸을 꼬집는 등 굉장히 불안에 떨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 앵커멘트 】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임금 강제노역…만득이에게 어떤일을 시켰습니까?
【 기자 】
네 기본적으로 한우 농가에서 하는 모든 노동을 다 시켰다고 보면 되는데요.
소 사료를 주는 것부터 축사 청소도 해야 하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 농장에서 키우는 젖소와 한우가 무려 40여마리에 달하는데, 먹이도 주고 분뇨도 치우는 일을 19년 동안 반복해온 겁니다.
이렇게 고 씨가 책임진 축사 규모가 2만㎡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고 씨는 밤낮으로 외발 손수레와 쇠스랑을 쥐고 사느라 양손의 손톱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 앵커멘트 】
실종되고 누군가에게 끌려서 축사에 온건가요? 축사에 오게된 경위를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본래 고 씨 집은 청주 오송이는데요.
실종 당시엔 충남 천안의 돼지농장에서 2~3년간 돈을 받고 일을 배우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997년 고 씨가 갑자기 종적을 감춥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 꽤 먼 곳이었던 오창 축산 농가에 한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린 채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농가 주인은 사례비를 건넨 뒤 고 씨를 넘겨받고 '만득이'라 부르며 강제노역을 시켰구요.
그런데 만득이 고 씨가 어떻게 이 소 중개인을 만나게 됐는지가 미스테리입니다.
우선 천안에서 우연히 길을 잃은 고 씨가 스스로 소 중개인을 따라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적 장애가 있는 고 씨가 스스로 선택해서 중개인을 따라왔을 걸로 보긴 어려워보이고요.
그렇다면 소 중개인이 천안의 양돈농장에서 고 씨를 눈여겨 보고 있다가, 남몰래 데려왔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즉 돈을 목적으로 납치를 했을 가능성인 거죠.
하지만, 문제는 진실의 열쇠를 쥔 소 중개인은 이미 10년 전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점입니다.
결국 고 씨의 미스터리는 경찰 조사를 통해 풀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축사에서 생활은 어떻게 한건가요? 잠은 어디서 잤습니까?
【 기자 】
네 고 씨가 일을 했던 축사 바로 옆에 작은 창고를 개조한 쪽방이 있었는데요.
고 씨는 바로 이 쪽방에서 잠을 자며 하루종일 노역을 했습니다.
이 쪽방이 워낙 작고, 축사 바로 옆에 붙어있다보니 악취도 굉장히 심하고 불결한 상태였습니다.
【 앵커멘트 】
만득이가 가출 등 저항은 안했나요?
【 기자 】
네, 만득이 고 씨는 특히 축사의 분뇨 청소 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고 싫어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때로는 농장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버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인에게 혼나고 또 제대로 밥을 주지 않으니까 결국 다시 일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또 가끔 가출도 했었다고 하는데, 혼자서는 버스도 타지 못하는 지적 장애인이다 보니, 축사 근처를 어슬렁 거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
실제로 지난 1일 발견됐을 때도 가출을 해서 축사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공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습니다.
【 앵커멘트 】
지적장애2급이면 어느정도 장애인가요? 피해 사실은 제대로 진술하고 있습니까?
【 기자 】
2급 지적장애인데 굉장히 심한 정도랍니다.
거의 정상적인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라는데요.
예를들어 경찰이 "너 한대 맞았니?" 하면 "네" 또 그럼 "너 10대 맞았어?" 해도 "네" 이런 식이랍니다.
즉 모든 대화를 예, 아니오 로만 단답식으로 하고 길게 상황을 진술하는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고 씨를 강제노역시킨 축사 주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고씨에게 학대행위를 한건가요?
【 기자 】
저희 취재진이 마을주민들을 만나 농장주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봤는데요.
마을 주민들은 농장 주인 부부가 조용하고 주민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어쩌다 명절이나 돼야 가끔 마을회관에 나와서 음식을 나눠먹는 정도고, 그 외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실제로 학대했는지 여부는 경찰이 더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고 씨는 경찰조사에서 폭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분명하게 그렇다고 답한 상태입니다.
【 앵커멘트 】
네, 이 문제는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윤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