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지만,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더민주당 등 야당에서 건보료 체계 개편 공세에 나설 공산이 커서 사실상 논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지역가입자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여러 차례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돼 왔다. 특히 지난 2014년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 모녀 ’가 매월 5만원의 건보료를 매달 납부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초 자체 개편안을 내며 논의의 불을 당긴 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현장 간담회를 열어 의제 선점에 나섰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현행 건보 제도의 부작용이 있고 민원도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 여론도 소득 기준 보험료 징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여론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는 상황이다.
개편 방향과 관련해 현행 건보료 체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직장·지역 가입자간 산정방식이 다르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 자동차는 물론 성별, 나이, 세대원수까지 따져 점수를 매긴 다음 건보료를 책정한다. 또한 직장 가입자의 경우 연봉 외에 종합소득이 연간 7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데다, 개별소득이 4000만원 이하면 재산이나 연금소득이 있어도 피부양자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더민주당이 제시한 개편안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쾌도난마’식 해법이다. 더민주안은 소득세법이 정하는 ‘모든’ 소득을 부과대상으로 하되, 재산이나 자동차 등 별개 기준은 모두 없애고, 직장가입자에만 있는 피부양자 제도도 폐지하는게 핵심이다. 소득에는 근로소득이나 이자 등 종합소득 뿐만 아니라 퇴직금이나 연금소득, 양도·상속·증여·금융소득까지 포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재산세, 소득세 부과 등을 위한 소득 파악은 현재 국세청에서 하고 있지만 건강보험료 징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이원화돼 있는 게 현실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소득으로 일원화된 건보료 부과기준 마련은 너무 급진적”이라며 ‘준 조세저항’ 가능성을 지적했다.
다만 더민주가 주장하는 연금·퇴직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특히 연금·퇴직소득이 있으면서 ‘개별소득 4000만원 초과’라는 기준 뒤에 숨어 피부양자는 제도 개선의 타깃 1호다.
그러나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을 부과기준에서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현재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4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다는게 복지부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나마 최대 70%라는 소득파악률도 그나마 소득을 들여다볼 장부의 유무를 기준으로 한 것일 뿐, 장부상 소득이 실제 소득이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 재산을 부과기준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재산을 부과기준에서 제외할 경우 ‘유리지갑’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만 높아질 것이란 우려를 밝히고 있다.
또한 복지부는 재산권 이전 성격이 강한 상속·증여소득이나, 1회성 소득인 양도소득도 사회보험료 징수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은 재산재분배를 위한 조세가 아니라 의료비 위험분담을 위한 제도일 뿐”이라며 “상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 부과에 일정 부분 차별을 둘 수는 있지만 ‘부자’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보험료를 매기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맡지 않다”고 반박했다.
모든 소득을 포함한 합산소득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하기 위해선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현실적인 난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천징수되는 금융소득 등을 건보료 부과기준이 되는 합산소득에 포함하기 위해선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개인별 소득 정보를 건강보험공단에 넘겨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부양자 제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신 연구위원 등은 피부양자가 ‘무임승차자’를 양산하는 만큼 폐지하고, 전 국민에게 기본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제도를 폐지할 경우 1000만명에 달하는 전업주부가 일시에 건보료 부과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충격이 너무 크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지난해 기준 1576만명인 직장가입자는 2046만명에 달하는 피부양자를 거느리고도 7조원의 건보 흑자를 낸 반면, 765만 세대의 지역가입자는 피부양자 없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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