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중지미수'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사전적 의미로는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둬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인데요.
법률적으로는 범행을 시도하다 스스로 중단한 것을 의미합니다.
며칠 전 부산에서 이런 중지미수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뉴스추적, 추성남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추 기자! 자신의 인생을 망쳐놨다며 엉뚱한 사람을 살해하려 한 남성이 붙잡혔죠?
【 대답 】
지난 27일 밤, 부산 북구의 한 가정집에 48살 오 모 씨가 침입했습니다.
오 씨는 거실에 있던 50대 여성의 목을 빨랫줄로 감아 안방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목을 졸라 살해하려고 했는데 여성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여성이 아니었던 거죠.
【 질문 2 】
추 기자! 한 마디로 생사람을 잡을 뻔한 거네요. 그 여성은 어떻게 됐나요?
【 대답 】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제가 사람을 잘 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며 곧바로 범행을 멈췄기 때문인데요.
여성의 비명을 들은 이웃이 112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오 씨는 현장에서 검거됐습니다.
【 질문 3 】
추 기자! 그 집에 사는 여성을 죽이려 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 대답 】
오 씨가 침입한 집에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술집 여성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여성이 자신이 다른 술집 여성과 바람이 났다는 소문을 내는 바람에 아내와 이혼하게 돼 앙심을 품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술집 여성은 이미 이사를 하고 다른 사람이 살았던 겁니다.
▶ 인터뷰 : 김성구 / 부산 북부경찰서 형사2팀
- "옛날에 (술집) 도우미가 살던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단 말입니다. 그 집이 피해자 집이에요. (술집) 도우미 때문에 내 인생이 끝장났기 때문에 '저 여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자마자…."
【 질문 4 】
결국, 스스로 범행을 중단한 '중지미수'에 해당하는 거네요.
그렇다면,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 대답 】
일단 경찰은 살인미수죄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중지미수, 그러니까 스스로 범행을 멈췄기 때문에 정상적인 살인미수죄보다는 약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형법에는 중지미수범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명시돼 있거든요.
▶ 인터뷰 : 백성문 / 변호사
- "중지미수는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하거나 혹은 면제까지 해주는데, 외부적 사정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범행을 그만뒀을 때 일종의 법에서 혜택을 주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외부적 사정에 의해서 그만둔 것인지, 스스로 그만둔 건지에 대한 판단은 범인이 하는 게 아니라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자의성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 질문 5 】
추 기자! 그러면 실제로 중지미수범이 감형을 받은 사례가 있나요?
【 대답 】
최근에 나온 판결이 있습니다.
성폭행을 하려다 중단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는데요.
이 남성은 지난해 9월 집으로 가던 여성을 몰래 쫓아 들어가 성폭행하려고 했는데, 임신만 시키지 말라는 부탁에 '미안하다' 며 성폭행을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원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 6월로 감형된 겁니다.
【 질문 6 】
재판부가 일종의 선처를 한 거군요.
【 대답 】
먼저 검찰이 죄명을 변경했습니다.
처음에는 '강간 등 치상' 혐의를 적용했다가 성폭행을 중단해 피해 여성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주거침입 강간'으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집에 침입해 저지른 범행은 엄중한 대처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면서도 '스스로 범행을 중단했고 깊이 반성한 점을 참작했다' 고 밝혔습니다.
【 앵커멘트 】
앞서 들으신 대로 범행을 스스로 중단했다 하더라도 처벌은 받습니다.
하지만, 범행 순간 잘못을 뉘우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다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고, 또 '중지미수' 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뉴스추적, 추성남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