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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부천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區)를 폐지하고 행정복지센터를 출범시킨지 한달이 되는 3일, 원미1동행정복지센터 100세건강실을 찾은 한 주민이 혈당검사를 받고 있다. |
“좀 짜게 먹는 편이지”(주민)
“혈당검사 뒤 골다공증 검사도 꼭 하고 가세요”(간호사)
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원미1동행정복지센터 1층에 위치한 100세건강실.
직원 서너명이 60대 이상 어르신 5명의 건상 습관을 조사하고, 혈당·혈압·골다공증 검사에 여념이 없었다. 노래교실에 들렀다 100세건강실을 알게됐다는 박모씨(71·여)는 “당뇨약과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조심해야 할 것을 꼼꼼히 일러줘 큰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오유경 간호사는 “100세건강실은 체성분·골밀도검사, 혈당, 콜레스테롤, 치매 검진을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지원, 임산부 관리, 금연, 취약계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동네 작은 보건소”라면서 “한번 오셨던 분들은 배우자나 자녀까지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남기만 원미1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서기관)이 직원 2명에게 업무지시중이었다. 역곡 2동 주택가 나대지에 발생한 쓰레기 무단 투기, 역곡 1동 빈집의 무너진 담장을 빨리 조치하라고 했다. 남 동장은 “만약 구청 체제에서 이런 민원이 있었다면 동주민센터에서 구청으로 문서를 보내 처리했을 것”이라면서 “구청폐지후 당일 발생한 웬만한 민원은 센터에서 즉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가 1988년 만들어진 3단계 행정체계(동-구-시)를 2단계(동-시)로 단순화한지 한달을 맞았다. 지난달 4일 3개 구청을 폐지한 부천시는 기존 구청 밑에 있던 36개 동주민센터중 10개 동 주민센터를 행정복지센터로 격상시켜 기존 구청에서 담당하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과거 원미구청이 20개 동주민센터를 관할해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면, 지난달부터는 거점 행정복지센터가 2~5개 동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시는 관할구역 축소로 위생·건축 등 민원 처리 시간이 상당 부분 단축되고, 직원 1인당 업무 처리 범위가 넓어져 주민 편의가 향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원미2동 등 5개 동을 관할하는 심곡2동행정복지센터의 경우 지난 한달간 184건의 구청 이관 업무를 처리했다. 이는 구청체제에서 처리한 월평균 251건에 비해 낮은 숫자지만 보안등, 도로보수 처리 건수가 2~3배 이상 증가해 생활불편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특히 신설된 100세건강실은 집과 가까운 데다 꾸준한 건강관리까지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안훈숙 심곡2동행정복지센터 100세건강실장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한 결과 ‘가까워서 좋다’‘건강상태와 주의할 점을 자세히 설명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게임제공·노래연습장·비디오시청제공업·출판·인쇄업 등 기존 구청체제에서 1개팀이 담당하던 업무를 공무원 1인이 담당하다 보니 해당 공무원이 휴·병가를 내면 업무대행이 쉽지 않은 한계가 드러났다. 청소·건축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는 “이전에는 기존 3개 구청만 방문하면 됐지만 이젠 10개 센터를 모두 방문해야 한다”며 번거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종각 심곡2동행정복지센터 동장(서기관)은 “일부 업계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한 곳에서 예전 구청민원까지 볼 수 있어 편해졌다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구청 폐지가 주민곁으로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조치인 만큼 관할 동 직원, 통장협의회 등과 함께 생활불편민원을 직접 찾아가는 ‘목민관제(목요일 민원 관찰제)’까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區) 폐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할 점도 적지 않았다. 우선 행정복지센터가 덜 알려져 다른 센터를 방문하는 주민이 적지 않아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센터안에 은행직원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입출금 권한을 주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저녁 시간대 주민 프로그램을 강화해 달라는 주민도 많다. 심곡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에어로빅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김희정씨(38·심곡2동)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오후 2~3시에 끝나 아쉽다”면서 “오후 6시 이후에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이용하고 싶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제설·방역차량 등 장비와 기동성을 높일 수 있는 차량 등을 센터에 확충해 생활불편에 즉각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
부천시 관계자는 “오는 12일 구 폐지 대안으로 실시한 행정복지센터에 대해 내부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업무조정 등 개선할 점이 있다면 충분히 반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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