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60년 전후 국민에게는 희망을,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수십년 동안 가슴에 새길수 있는 비전이 됐던 말입니다.
포기와 실의에 희망의 불씨를 살린 이는 다름아닌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었지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뭘 해줄 것인지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라!'
정치 지도자 한 사람은 이처럼 국가를 살릴 수도, 더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1년 4개월 뒤에 어떤 지도자가 나올지도 궁금해하고요. 이에 부응하듯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이미 대권 행보를 시작한 듯 보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대표적 인물들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민생투어에 나섰죠. 지난 1일, 팽목항을 시작으로 땅끝 마을, 소록도를 거치고 있습니다. 주로 아픔이 많은 곳들인데, 곳곳마다 상처를 보듬겠다는 등의 '듣기 좋은 말'만 건넵니다. 세월호 특위활동 기간 연장 등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질문에는 자신의 생각을 일체 말하지 않고 말이죠.
김 전 대표의 모든 일정은 SNS를 통해서만 알린다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언론에 노출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찾아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씩도 하지요.
-김무성 / 새누리당 전 대표 (어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께서 특정 지역의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저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언론이 아닌 SNS를 통해서 행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대권 행보를 시작한 그는 지난달 9일, 히말라야와 부탄·네팔을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쏟아냈었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방문하고 온 터라, 뭔가 새로운 메시지를 기대했던 국민은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신공항 문제와 사드 등에 대해 문 전대표는 SNS 를 통해 단지 몇 개의 단어로만 국민들에게 자신의 의중을 알리고 있습니다. 어떨 땐 마치 지령을 내리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때도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히말리야에서 던졌던 몇몇 메시지도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 국민들에게 희망보다는 간혹 '자기 자랑'을 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있지요. '모험이 실패해도 도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청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됐었습니다. 하지만 정치 개혁에 대한 실제적인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기존 정치판으로 흡수되듯 청년들과 거리를 두게 됐습니다. 그 역시 지금은 강연과 SNS를 통해서만 소통하고 있죠.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폼나게 전국을 일주하거나 조용히 '잠행'하며 숨고르기 하고 있는 대권 후보들….
물론, 1년 뒤의 본선을 위해서는 쉬기도 하고 체력도 길러야겠죠. 하지만 사드 문제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의 외교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 발사를 해대고 있는 요즘…. 또, 청년수당 문제로 싸우고 있는 요즘, 잠행을 하며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사진 속에서 훈수나 두는 것이 대권 주자들이 '할 일'일까요? 그것도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SNS로만 툭 던지고 마는 행태는 소통이 아니라 되레, 반대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불통'이 아닐까요?
현재의 잠룡들에게 케네디 같은 미래 비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국가적 현안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필요하다면 토론하고, 설득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것이 그들이 지금 '할 일'이 아닐까요?
1년 뒤 국민들이 당신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보여 달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