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샤워를 몇 번씩 하는지 모르겠어요. 집 앞 슈퍼만 다녀왔는데도 땀으로 목욕을 했네요.” (서울 거주 유 모씨·26)
“우리 집은 선풍기만 다섯 대야. 요즘 원체 더워서 방마다 안틀 수가 없다니까.” (경기도 고양시 거주 이 모씨·77)
밤낮 없이 반복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전국이 시달리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국을 기진맥진하게 하는 폭염과 열대야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17일까지는 낮 최고기온은 32~35도, 최저기온은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보해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시민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를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최악의 무더위로 손꼽히는 1994년 여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22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에서 열대야 현상이 무려 15일 발생했다. 열대야가 없었던 날은 7월 29일과 8월 3일 이틀 뿐이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수는 5일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록적인 폭염이다.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 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94년(36일)이며 이어 2013년(23일)이다.
기상청은 이 같은 무더위가 한풀 꺾이려면 다음달 초순이나 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는 지금이 시기적으로 가장 더울 때”라며 “9월 초에도 평년보다 다소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로 온 종일 선풍기나 에어컨을 트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력 사용량 급증에 정전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일 밤부터 5일 사이 수도권 아파트 단지 5곳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정전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주민 이 모씨(77)는 “밤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탓에 선풍기도 못 틀고 뜬 눈으로 밤을 샜다”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주민 몇몇은 동대표를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발생한 정전으로 보고 있다”며 “더운 날씨로 전기 설비 주변 온도가 올라가는 데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 전기 설비가 과열되면 고장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시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한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은행 등에서 더위를 식히는 고전적인 방법은 여전하다. 광주광역시내 신세계 백화점과 E마트에는 평소보다 내방객이 100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낮에는 백화점, 저녁에는 마트에 손님들이 급증했다”면서 “내방객 대비 매출액은 크게 늘지 않아 더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상무지구 한 극장에도 평일 대낮이지만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 관계자는 “아이들 방학과 겹치기도 하지만 평일에 예매율이 80~90%에 달한다”고 전했다.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었다. 전주에서 혼자 사는 최 모씨(43)는 “출근 전에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저녁에 수건으로 감싸 껴안고 잠을 잔다”며 “전기료 아끼기 위한 방법인데 얼음덩이를 껴안고 선풍기를 돌리면 견딜 만 하다”고 말했다. 박 모씨(45·경남 창원)는 지난달 말부터 아예 집 앞마당에 대형텐트를 펼치고 선풍기를 연결해 열대야를 피했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밤에는 밖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달 말부터 아예 밤에는 마당텐트에서 식구들이랑 잠을 자고 있다”며 “미니 풀장까지 설치해 아예 집이 피서지가 됐다”고 말했다.
매년 ‘이열치열’로 승부하던 업소들은 올해 폭염엔 고개를 숙였다. 연일 100여명이 찾던 전남 화순 불가마업소는 8월 초부터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서울 목동의 한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박진주 기자 / 최승균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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