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0개월차로 곧 출산을 앞둔 강유진 씨(27)는 요즈음 “배 위에 뜨거운 난로가 놓여져 있는 것처럼 덥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강씨는 “임신부라 조심스럽지만 가뜩이나 무거운 몸에 무더위까지 견디기는 힘들어 에어컨을 자주 틀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전기세를 아끼려고 제습, 열대야 모드로 바꿔가며 가동하고 있지만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열대야까지 이어지면서 에어컨 누진제 ‘요금폭탄’을 우려하는 임산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반인에 비해 체온이 높은 임신부들은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 없이 무더위를 견디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6개월차 임신부 유지영(32)씨는 “원래 땀을 흘리지 않는 편인데 임신 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전기료가 마음에 걸려 (에어컨을 틀지 않고) 최대한 참고있다”고 했다.
한 포털사이트 출산 관련 카페에는 전기세가 걱정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일주일 새 무려 200건 넘게 올라왔다. 한 임신 여성은 “저번달 전기료는 5만원이었는데 이번 달엔 20만 원 가까이 나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임신 여성 역시 “주상복합이라 (전기 절약되는) 1등급 에어컨 사서 놓을 데가 없다”며 “검침을 보니 이번달 전기세가 40만 원을 훌쩍 넘을 것 같은데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참아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더위로 고통받는 것은 출산 후에도 마찬가지다. 신생아가 땀띠로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 수 밖에 없어 전기요금이 많이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산모들의 염려다. 10개월 된 아이 엄마 임지현 씨(35)는 “낮에 아기랑 둘만 있을 때라도 에어컨을 줄여보려 하는데 아기가 힘들어 한다”며 “7월 한 달 내내 에어컨을 자주 켜다보니 전기세가 무려 평소보다 6배나 많이(60만원) 나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산모는 “신생아가 땀띠로 고생해 벽걸이 에어컨 한 대만 가동했더니 전기세가 무려 40만 원이 나왔다”며 “서민들만 죽으라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력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눠 내게 돼있다. 특히 누진배율이 11.7배로 미국(1.1배), 일본(1.4배)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에서 산모들은 ‘전기세 폭탄’에 벌벌 떨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2배, 4배 이상 불어날 수 있어 일반 가정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한 포털사이트의 청원게시판에는 ‘전기세 누진세를 폐지하자’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9일까지 7만여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1994년 이후 최악의 무더위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고도 애를 태우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고도 설치까지 최소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컨 신규 설치와 고장 주문 등이 폭주하
[황순민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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