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사는 집에서 숨진 아버지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족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접촉을 꺼려 아버지의 죽음을 오랫동안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6시20분께 부산 사하구의 한 단독주택 1층 이모 씨(65)의 방에서 이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씨의 매형이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의 부인 김모 씨(61)가 지난 7일 경남 하동군에 사는 친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 달라”고 부탁해 친오빠가 동생의 집을 찾았다가 이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방안에 불상과 함께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이씨의 시신은 매우 부패한 상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안의는 “시신 상태로 보면 1달쯤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이지만 날씨가 더워 실제 사망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부패가 심해 사망원인은 추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현관문을 별도로 쓰는 다세대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이씨와 이씨의 아들은 같은 현관문을 통과하는 방 2곳에서 각자 거주했고 부인 김씨와 30대, 40대인 딸들은 다른 현관문으로 연결된 방에서 살았다.
가족들은 이씨가 평소 술에 늘 취해있고, 술버릇도 좋지 않다며 집에서도 서로 접촉을 꺼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바로 옆방에 사는 아들은 심한 당뇨병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방안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때가 되면 딸들이 이씨의 방문 앞에 식사를 내려놓았다. 이씨는 얼마 전부터 밥상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그가 “120살까지 장수하는 공부를 하겠다”며 단식을 선언한 터라 딸들은 아버지의 사망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부인 김씨는 경찰에 신고하기 2일 전 이씨의 방에서 이상함을 느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이씨 방문 앞에 갔다가 냄새 등이 평소와 다른 것을 느끼고 무
경찰 관계자는 “타살혐의는 현재까지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신고가 늦은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이 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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