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적기…일반 가정 부담 낮춰야"
↑ 전기요금 누진제 / 사진=MBN |
국내 전력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 "누진제를 완화해 일반 가정의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광인 전력거래소 전 처장 등 전문가들은 10일 "세계적으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요즘이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적기"라며 "단순히 전기요금을 더 낮추라는 게 아니라 요금구조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선진국 사례를 보면 누진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 누진 단계와 누진 배율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는 "가정에서의 쾌적한 생활도 국민 생활이고 복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6단계의 누진요금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요금제 구간(주택용 저압 전력 기준)은 1단계(사용량 100㎾ 이하), 2단계(101~200㎾), 3단계(201~300㎾), 4단계(301~400㎾), 5단계(401~500㎾), 6단계(501㎾ 이상)로 구분됩니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입니다. 구간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몇 배씩 뛰어오르는 구조입니다.
반면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등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는 누진제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으며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채 실장은 "6단계에 속하는 가구의 비중은 작년 8월 기준으로 4%에 불과하다"며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 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누진율을 줄이고 누진 단계도 3단계 정도로 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용 전력소비 비중은 전체의 14%가량밖에 되지 않는데 마치 전력 피크의 주범인 것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보다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론은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게 아니라 요금구조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고쳐달라는 것입니다.
요금구조를 개편했다가 나중에 필요하면 전체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진제를 개편한다고 해서 당장 전력수급에 위기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지도 않습니다. 전력 공급에는 아직 여유가 많습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 누진제 개편의 적기입니다. 실제로 저유가 덕분에 한전이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이 문제의 원인은 한전이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전력판매를 전면 자유화하고 다양한 전력요금 상품이 나온다면 지금 누진제 같은 문제가 불거지겠는가?
정부가 최근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 체제를 개편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만 해당할 뿐입니다.
▲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개편이 필요합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누진 단계가 너무 세분돼 있고 누진율도 급격히 올라갑니다.
그렇다 보니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 낭비는커녕 쾌적한 삶을 위한 전기 사용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정에서의 쾌적한 생활도 국민 생활이고 복지인데, 지금의 제도 아래서는 외려 복지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복지의 저하가 요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절약 효과에 비해 너무 큰 상황입니다.
따라서 평균적인 가정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에어컨을 사용하는 데는 누진율이 높게 적용되지 않도록 전체 누진 단계의 수를 줄이고 각 단계의 구간 거리를 넓혀야 합니다.
원래 누진제는 1단계에 속하는 가구에 혜택을 주려고 만든 것입니다. 당시는 1단계에 저소득층이 속한다고 판단하고 저소득층 지원 차원에서 이런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고소득 1인용 가구에 대한 지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래 제도를 만든 취지인 저소득 지원이나 에너지 절약 효과는 퇴색되고 일반 가정에는 불편만 주는 셈입니다.
물론 전력수요 피크 때는 일정한 수준의 전력 예비력을 갖추기 위해 긴장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피크 때 주택용의 비중은 얼마 안 됩니다.
가정에서의 소비 때문에 예비력이 우려된다고 하는 것은 제일 작은 새끼 손가락을 놓고 제일 길다고 하는 것이입니다.
낮에는 산업용에서 엄청난 수요가 발생합니다. 사실 주택용은 가정에 남아 있는 주부나 어린아이가 쓰는 것입니다. 이걸 가지고 피크 때 문제 생긴다고 완화 못 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당장 누진제를 대폭 완화하기 어렵다면 매년 한두 구간씩 손을 봐 결과적으로는 누진구간을 2∼3단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누진 배율도 3배 정도가 최대라고 봅니다.
▲ 김광인 전 전력거래소 처장(숭실대 겸임교수) = 주택용 냉방수요는 주로 저녁 시간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체 전력 피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현재 전력 예비력도 충분히 여유가 있습니다. 안 쓰는 설비도 있습니다.
누진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도 없고 언젠간 풀어야 하고 지금이 완화할 적기라고 봅니다.
누진제를 개편하면 고소득층에게 어느 정도 혜택이 가는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주택용 전기소비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야 할까요?
현재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는 많은데 주택용만 후진국 수준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누진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한전이 손해를 입는 것도 아닙니다. 전기요금을 내려도 수요가 많아져 오히려 이익이 늘 수도 있습니다.
현행 2단계와 3단계를 통합해서 2단계 요금을 책정하고, 3단계와 4단계를 통합해서 3단계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일반 서민이 최소한의 전기는 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400kWh까지는 누진제를 축소하는 게 맞습니다.
배율도 낮춰야 합니다. 현행 배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징벌적 수준입니다.
소득 재분배를 전기로만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국민에게 전기요금으로 후진국 같은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선진국 사례를 보면 누진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2014년 국회예산처 자료 보면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도입한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대만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누진구간이 2~3단계, 누진 배율 1.1~1.5배 수준입니다.
그나마 대만의 누진율이 높은 편이긴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누진 배율이 11.7배에 달합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누진 단계도 많고 누진 배율이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 누진 단계와 누진 배율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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