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개학 연기·단축수업 속출…짧은 여름방학 괜찮을까

폭염 속 개학 연기·단축수업 속출…짧은 여름방학 괜찮을까

↑ 폭염 속 개학 / 사진=MBN

"더위는 꺾일 줄 모르는 데 방학은 끝나고…"

전국 1천400여 곳의 초·중·고가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개학한 16일 일선 학교는 꺾일 줄 모르는 폭염에 단축수업에 나서는 등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일부 학교는 아예 개학을 연기했습니다.

경기, 강원, 부산 등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이날 폭염특보가 내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로 일선 학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단축수업을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실외 교과 활동을 금지하거나 자제하도록 하고 학교급식 때는 식중독 등 위생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더위는 한창인데…이번 주 전국 4천200개교 개학

16일 1천364개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하는 것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전국에서 4천214개 학교가 개학합니다. 고등학교는 이번 주까지 전체 학교 중 89%인 2천103개교가 짧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2학기를 시작합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자 경기도 평택 은혜고교와 안산 국제비즈니스고는 이날 개학을 연기했습니다. 은혜고는 더위가 꺾일 것으로 예상하는 19일로, 국제비즈니스고는 22일로 각각 연기했습니다.

오늘 개학한 경기지역 상당수 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50분 수업에서 40분 수업으로 단축하고 체육수업을 실내 수업으로 대체하도록 했습니다.

충남에서도 학교 에어컨 시설이 갖춰지지 않거나 낡은 학교를 중심으로 초등 1곳, 중학 1곳, 고교 2곳 등 모두 4개 학교가 이날 개학을 뒤로 미뤘습니다.

제주지역에서는 지난주 3개 고교에 이어 이날 개학 첫날 1개 고교가 단축수업을 했습니다.

지난 9일 개학한 제주시 H고교는 폭염으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지난주 11∼12일 하교 시간을 오후 4시에서 3시로 앞당기는 단축수업을 했습니다.

145개 고교 중 이날 86개 학교가 개학한 부산의 경우 낮에 폭염특보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자 교육청은 학교장 재량으로 단축수업을 하고, 실외 체육 활동은 자제하도록 했습니다.

대전지역도 이날 초등 1곳, 중학 11곳, 고교 32곳 등 43개 학교가 개학한 가운데 여중 1곳은 22일로 개학을 연기했습니다.

가마솥더위가 연일 이어지자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이 낡은 일부 학교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설비 고장을 우려해 교실에만 에어컨을 켜고 교무실은 선풍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감은 "10년 전에 설치한 에어컨을 30개 가까운 교실마다 전부 켜면 일부는 자동으로 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아이들이 있는 교실의 에어컨을 고장 없이 작동시키기 위해 교장실이나 교무실은 가능한 한 선풍기로 버틴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H고교의 한 교사는 "에어컨 온도를 많이 낮추거나 냉방기기를 동시에 다 틀어버리면 팬이 잘 돌아가지 않고 따뜻한 바람이 나와 곧 찜통교실이 된다"며 "교실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 너무 짧은 여름방학…"학사 편의 조기 개학 재검토해야"

더위가 한창인 시기에 개학이 이뤄지자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을 우려해 개학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 학교는 연초 학사운영계획을 세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방학 일정을 정합니다.

고교의 경우 수능 이후와 2월 졸업시즌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고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 겨울방학을 늘리는 대신에 여름방학을 줄여 2학기 조기 개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교 여름방학은 채 2주일이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이상철 부산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겨울방학을 늘리고 여름방학을 줄이는 것은 학사 편의주의적인 구태 발상"이라며 "학생들의 70%가 수시로 대학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수능만 생각하는 학사일정이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여름방학을 1달 정도 보장해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구 온난화로 점점 길어지는 여름에 맞춰 오히려 여름방학을 늘리는 학사일정을 짜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