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무더위를 가장 힘겹게 보내는 분들이 바로 쪽방촌 주민들일 텐데요.
서울의 한 쪽방촌 옆엔 무더위쉼터가 있는데도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윤범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역 인근의 한 쪽방촌.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길 건너편엔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이 있습니다.
▶ 인터뷰 : 윤범기 / 기자
- "이렇게 무더위 쉼터로 지정되면 지자체로부터 냉방비를 지원받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합니다. "
하지만 쪽방촌 주민들은 이 경로당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며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것.
▶ 인터뷰 : 쪽방촌 주민
- "커피 값이라도 한 달에 얼마씩 만원씩이라도 내야 하는데 부담스러워서…."
▶ 인터뷰 : 쪽방촌 주민
- "(회원으로) 입력된 사람들만 가요. 이 집은. 좀 별나. "
실제로 그런지 경로당에 들어가 봤습니다.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에서 어르신 몇 분이 장기를 두거나 TV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경로당 관리자는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걸 외면한 채, 밖에 있는 주민들은 노숙자라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경로당 관리자
- "노숙자. 우리 회원이 아니죠. 청결하고 깨끗하면 들어와서 놀아도 되는데, 술 먹고 맨땅에 구르고…."
이렇게 무더위쉼터가 잘 못 운영되는데도 쪽방촌을 관리하는 지역상담 센터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지역상담센터 관계자
- "노인정 있으니까 가서 쉬고 오세요. 하면 귀찮다고 얘기를 해도 안 가신다고 해요."
결국 기존 회원들의 텃세와 당국의 무관심 속에 쪽방촌 주민들은 코앞에 무더위쉼터를 두고도 길거리에서 폭염을 견디고 있습니다.
MBN뉴스 윤범기입니다. [ bkman96@mbn.co.kr ]
영상취재 : 최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