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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채인증 출퇴근기록하는 동대문 테크노상가. <이승환 기자> |
상인 권민정씨(51)는 “이제 카드 잃어버릴 일이 없어서 편하다”면서 “예전 종이 출근 카드는 비 오는 날이면 젖어버려 불편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홍채·정맥 등 내 몸의 고유한 특징을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생체인증 기술은 생활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문 인식을 통한 금융거래서비스는 이제 은행과 쇼핑몰업체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홍채와 혈관 등으로 생체 인증이 확대되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달 20일부터 기숙사 출입구에 손등혈관 인식기를 설치했다. 경희대 생활관 관계자는 “손등 혈관 인식기는 학생 본인만 인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증보다 훨씬 보안성이 좋다”며 “특히 심야 시간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 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홍채 인식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홍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고 잘 변하지도 않아 보안성이 높은데다 위조도 어려워 다양한 보안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홍채 인식 기술을 도입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7이 대표적이다. 대학생 나승권씨(20)는 “갤럭시 노트7을 받자마자 홍채 인식 기능을 시도했다”며 “눈 깜빡할 새 홍채가 인식돼 암호가 풀렸다.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채인식 기술은 주거환경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청담피에프브이는 최근 홍채 인식 도어락 시스템을 현관에 설치한 고급 오피스텔 ‘아노블리81’를 분양중이고 대한토지신탁은 내년 2월 경기 용인시에 들어설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아파트에 국내 최초로 얼굴인식 출입통제 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생활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생체인증 기술의 발전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일 인하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한국바이오인식협의회 의장)는 “생체 인식 기술이 모바일에 적용되고 있는 것은 향후 개인 인증을 요구하는 모든 분야에 생체 인증 기술이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져가고 있다. 생체 정보가 개인정보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생체정보 보호에 대해 직접적·개별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사실상 전무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는 “생체 정보에 대한 보호를 개별적으로 따로 규율하고 있는 법률 규정은 전무하다”며 “생체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현행법 내에서 포괄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생체정보와 관련해서는)부처마다 업무가 갈린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미래부 소관이지만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은 방통위, 금융분야에 들어갈 경우에는 금융위원장이 정한 기준에 따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금융보안원은 ‘바이오정보 사고사례 및 대응방안 조사’ 보고서를 통해 생체 정보를 위조하거나 해킹을 통 해 유출한 국내외 보안사고 사례를 소개하면서 “생체정보가 유출될 경우 패스워드처럼 자유로운 갱신이 불가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보 악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번 유출될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생체정보의 특성상 보안 문제가 터져나올 경우 이미 ‘대세’로 떠오른 생체인식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생체 인증이 막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생체 정보의 법적 보호 기반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학일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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