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편하고 민망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휴지와 신발 깔창은 아시다시피 대체 용품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용도, 그것도 가장 위생적이어야 할 부분에 이 '깔창'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지요.
지난 5월, SNS로 알려진 이 사연은 충격과 함께 우리 모두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각종 시민 단체와 학교, 지자체가 서둘러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국민들도 십시일반 모금을 해 생리대 지원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워낙 하는 일이 많아 미처 신경 쓸 여력이 없었나 봅니다. 3개월이 지난 어제서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사를 상대로 가격 인상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니까요.
생리대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달 평균 40여 개가 필요하고, 값으론 만 원에서 3만 원이 듭니다. 버스비 천 원도 아껴야 하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겐 가히 상상 못할 사치품입니다만, 사실 생리대는 세금도 면제되는 생활 필수품입니다.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생필품이 이들에겐 왜 사치가 됐을까요?
우리나라 생리대 시장은 이 세 개의 기업이 무려 93%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세 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결국 독과점이라는 거죠.
하지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정위는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하기 어렵다'고 했고, 각 부처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자료가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지난 6년간 생리대 가격은 25.6%나 올랐습니다.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는 10.6% 올랐는데 말이죠.
생리대 원재료 값이 보시다시피 2010년 보다 떨어졌는데도 생리대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했습니다. 제조사는 '기술 개발비다, 프리미엄 제품 생산비용이다'라고 변명은 하죠.
그럼, 이건 어떻게 이해할까요?
한 제품을 골라 같은 지역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알아봤더니 백화점에선 5,900원, 대형마트는 5,350원, 편의점은 8,500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유통 마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에다가 판매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없는거죠.
결국, 신발 깔창 생리대는 제조사의 높은 가격과 유통업체의 폭리, 그리고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소규모 의류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이지웅씨는 덤이 아닌 나누는 1+1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생리대 하나를 사면 취약계층에 생리대 하나를 지원하는 거죠. 질도 좋고, 인터넷 직거래로, 값도 일반제품의 반도 안 됩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가지고 있을 줄 알았던 '권리',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민망해서 말 할 수 조차 없었던 '현실'….
이 불편한 진실을 이젠 우리 모두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