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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새벽 캄보디아 프놈펜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OZ740편 기내에서 비즈니스석 담당 승무원인 배경미 사무장(42·여)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생후 5개월짜리 아이가 계속 울자 안고 달래고 있다. |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태어난지 5개월 된 여자 아이 입에 젖병을 물리고, 달래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비행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해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캄보디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추석을 앞두고 부모님과 첫 한국 나들이를 가던 차였다.
아이를 안은 아버지 옆에 어머니와 친정 할아버지(캄보디아인)가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이들 역시 3살 된 아들을 보느라 막내 아이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기내에는 130여명이 타고 있었고 새벽 시간대라 모두가 잠을 청하고 있는 상황.
아이 울음 소리가 기내 전체로 퍼지고 달래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아버지 마저 피로감을 보이자 비즈니스석을 담당하던 배경미 사무장(42·여)이 다가갔다.
아이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아이를 자신의 품에 깊숙이 안은 배 사무장은 몸을 위 아래로 살살 흔들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승객이 없는 뒷편 갤리 쪽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잠이 든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였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자 아이는 배 사무장 품에서 울음을 그치고 눈을 감았다. 배 사무장 등쪽 유니폼이 땀으로 흠뻑 젖은 뒤였다.
하지만 아이의 잠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모 좌석 앞에 설치한 베시넷(아기 침대)에 뉘여놓을때마다 울기를 반복해 이내 아이는 다시 승무원 차지가 됐다.
결국 배 사무장는 5시간여 비행중 4시간을 후배 전경선 부 사무장(38·여)과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고 재웠다. 중간에 기저귀를 갈아 주기도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내에서 내릴 쯤엔 안고 있던 아기가 싼 대변이 손과 시계줄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단 한번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이런 일은 다반사로 겪었기 때문이다.
1997년 입사해 20년차 승무원인 배 사무장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전 부 사무장에게는 3살과 5살된 아들이 있다. 평소에도 아이를 좋아해 비행기에서 아이를 만나면 먼저 인사하거나 달래는 일이 많다.
배 사무장는 “아이가 많이 울어 ‘(부모님께)예전에 탑승했을 때도 많이 울었느냐’고 물어보니 ‘첫 탑승’이라고 했다”면서 “이 상태로 계속 울면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아 직접 달랬다”고 말했다.
승무원의 도움으로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아이 아버지는 “아이를 잘 돌봐주셔서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승객들도 “고생 많았다”는 인사를 쏟아냈다.
승무원들은 “새벽 비행기에 잠이 든 승객을 위해, 또 고도 비행이 낯선 아기를 위해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를 돌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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