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그래서 지금 계속 하늘나라에 있어? 어떻게 하면 그곳에 갈 수가 있어? 비행기 타면 갈 수 있는거야?”
‘죽음’이란 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다섯 살배기 아들은 종종 엄마한테 물었다. 최근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에서 ‘로켓’을 배워온 아들은 “엄마, 로켓은 비행기보다 더 멀리 간대. 로켓을 타고 가면 아빠 만날 수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아이 엄마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니, 아빠는 로켓으로도 갈 수가 없는 우주보다 더 멀리 있는 곳에 있어”라고 답한다. 아이는 이제서야 아빠한테 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아빠가 계신 곳이 너무나도 궁금한 나머지 “엄마, 그러면 하늘나라를 그려줘”라고 묻는다.
아이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25일 사망했다. 사람들은 이날을 정부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날로 기억한다. 이날은 마지막 메르스 환자였던 ‘80번 감염자’ 김모(35·사망 당시)씨가 서울대병원 음압실에서 172일간의 투병 끝에 사망한 날이다.
그로부터 10여 개월이 지나 아이 엄마와 아들은 남편과 아빠없는 하늘 아래 첫 추석을 맞이했다.
김씨의 아내 배모(37)씨는 남편 얘기를 꺼내자 눈물부터 왈칵 다시 쏟아냈다. 배 씨는 “하루라도 울지 않은 날이 있을까...”라며 “정상적인 삶도 아닌, 그렇다고 지난해와 같은 삶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중간에서 살고있다”고 말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를 맞이했지만 이들 가족에겐 괴로움과 외로움을 보탤 뿐이다.
배 씨는 지난해 추석을 또렷이 기억한다. 온 가족이 모이기는커녕 병원 음압실에 격리돼있는 남편조차 제대로 만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대부분을 병원 근처 커피숍에서 보냈다. 하루 30분씩만 허용된 면회시간을 이용해 남편을 만났다. 하지만 우주복보다 더 두꺼운 방진복을 입고 있는 터라 남편의 손조차 잡아볼 수가 없었다.
배씨는 추석에도 온 통 머릿속에 “살아내는 일, 살아가는 일”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고 했다. 배씨는 남편 사망 후 심각한 불면증과 트라우마(외상증후군)를 겪으며 수개월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배씨는 “정신과 의사한테서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등 온 가족이 우울함에 빠져 있다보니 아이도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배씨는 지난 3월 남편과의 추억이 가득했던 집을 버리고 새 집으로 이사 했다. 약에 의존했던 정신과 치료도 끊었다. 최근에는 재택근무도 시작했다.
![]() |
↑ 사진설명지난 9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부인 배씨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연규욱 기자] |
떼를 쓰고 짜증 부리던 아들 김모(5)군 또한 이사를 오면서 한층 나아지기 시작했다. 배씨는 언니가 살고 있는 남양주의 한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왔다. “조카 세 명이 아들 또래라 매일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들이 밝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김군은 친구들이 올 때마다 그렇게 아빠에 대한 자랑을 한다. “아빠가 메르스에 감염되기 몇 개월 전 온 가족이 갔던 해외여행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준다”고 배씨는 말했다. 그럴 때마다 배씨의 가슴은 아려온다. 아들이 아빠에 대한 자랑을 할 때마다 ‘나도 아빠 있어’, ‘아빠 없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씨는 남편이 음압실에 격리됐던 서울대병원과 최초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때 격리해제됐던 김씨가 메르스 양성 반응을 다시 보인 지난해 10월 이미 전염성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정부와 서울대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