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이나 가업을 자손에게 물려준다는 말이죠.
요즘 부와 가난의 대물림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는데, 이게 단순히 재산만 물려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최근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병무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병역의무가 있는 고위공직자 2만 5천 명 중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은 2천 5백 명 정도로, 전체의 9.9%였습니다.
일반인보다 3배가 많았죠.
물론 이들이 군에 갔을 시기는 1940년부터 1988년 사이니 지금과 비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들의 2세는 어떨까요?
고위 공직자의 병역 의무가 있는 아들과 손자들을 조사해봤더니,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은 전체의 4.4%였습니다. 아버지대가 거의 10%에 육박했으니 그와 비교하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치로 보면 일반인보다 무려 15배나 많은 겁니다.
본인이 면제를 받고 아들 3명이 몽땅 면제를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는 국회의원, 부장판사, 검사장, 외교부 영사 등이 해당되죠.
그럼, 이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사유는 뭘까요?
고위공직자 본인들의 사유는 이랬습니다.
그럼, 그들의 아들들이 면제를 받은 사유는 뭐였을까요?
가장 많은 병명은 '불안정성 대관절'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무릎 관절의 인대가 파열되거나 손상된 걸 말하는데, 이 사유가 절반이 넘습니다.
물론 병역 면제를 모두 비리로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시력이나 체중, 관절 관련 사유는 병역 비리가 터질 때마나 나오는 단골 손님이다 보니, 이들이 과연 정당하게 면제를 받은 건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또 고위공직자의 아들이면 생활환경도 좋으면 좋았지 더 나쁘진 않을텐데 왜 이리들 허약할까요?
특히 불안정성 대관절은 증명하기가 꽤 까다로워서 환자의 증상과 의사의 판단으로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환자와 의사가 말을 맞추면 얼마든지 꾸밀 수 있는 병이란 얘기죠. 그렇다면 결국 의사를 매수해야 하는데 이게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보니 금수저들만 가질 수 있는 병 아닌 병인 겁니다. 때문에 7년 전이나 지금도 병역면제 사유 1순위죠.
또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병역의무 대상자 중에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무려 17,300명, 이중엔 유학이나 장기 거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가 90%가 넘습니다.
국적 포기자 수는 해마다 늘어 올핸 8천 명이 넘을 걸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자녀를 장기 유학을 보내려면 부모의 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결국 이런 말이 나옵니다.
'금수저·흙수저론이 병역 의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그만큼 불공정하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징병도 제대로 못하는데 모병제 논의가 제대로 될까요?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총사령관이던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의 아들 지미 중위는 외아들이기 때문에 참전할 수 없는데도 탄원서까지 써가며 전쟁터에 나와 싸웠고,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이끈 월턴 워커 장군의 외아들 샘 대위 역시 아버지의 부고에도 본국 귀환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국외 이주자 580명이 자원입대를 했습니다. 병역 의무가 없는데도 말이죠.
우리 사회를, 우리 나라를 이끌어가는 고위 공직자라면 병역 면제가 아니라 적어도 우리나라 만큼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애국심을 대물림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