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다들 기억 하실겁니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침수돼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됐었죠.
당시엔 자연재해로 인한 대형참사로 보였지만, 사실은 예고된 인재였습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사고 몇 년 전부터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활성단층대가 존재한다고 지속적으로 경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은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해 활성단층은 없고, 원전은 안전하다며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었죠.
그리고 4년 후 일본은 대재앙을 맞은겁니다. 이렇게 은폐는 큰 화를 부르게 됩니다.
지난 12일과 19일, 두 차례 강진을 겪으면서 우리 또한 원전에 대한 걱정이 크죠. 지진은 활성단층 때문인데, 이 단층은 지층이 어긋나 있어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때문에 이런 곳에 원전을 지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엔 보시다시피 14기의 원전이 있고, 지난 6월에 승인된 신규 원전까지 완성되면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대가 됩니다.
왜 이런 곳에 원전을 지었을까요?
정부는 활성단층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지만 '거짓말'이었죠.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이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2년 경주·부산 원전 단지와 인접한 곳에 2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이미 정부에 제출됐고, 이들 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최대 규모 8.3에 달한다고도 돼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좀 더 확실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3년 간 보고서를 비공개하기로 했죠. 하지만 그 뒤 추가 연구는 없었고, 원전 건설은 계속됐습니다. 결국은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겁니다.
정부는 왜 이렇게 원전을 좋아할까요?
지난해 산업부가 발표한 각 연료의 유효열량당 가격은 이렇습니다. 쉽게 말해, 연탄이 제일 싸고 그 다음이 전력인데 석탄은 미세먼지 때문에 거의 퇴출되고 있죠. 때문에 사실상 원전의 전력 에너지가 가장 쌉니다. 이런 값싼 전력을 많이 만들기 위해선 원전이 많아야겠죠.
지난 2013년 정부가 발표한 2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41%로 늘리고, 발전량 비중도 59%로 늘리게 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값싼 전력을 공급해 기업경쟁력을 더 높인다고 했죠.
하지만 국민들에겐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정부. 이러다간 정부가 원전을 지키는 이유가 국민이 아닌 기업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도 살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경주에선 여진으로 밤잠도 못 자고,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부는 원전은 안전하다며 내진 보강계획을 내놓으며,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발표하고 있죠.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관리가 아니라 원전 건설 자체가 정말 필요한 건지, 그 지역에 짓는 게 맞는 건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건데 말이죠.
5년 전 원전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의 한 시민은 '후쿠시마 사고는 방사능 뿐 아니라, 인간 생활은 물론 산업과 농업을 파괴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작은 천재지변이지만 그 결과는 인재라는 거죠.
지금이라도 투명한 절차와 공개를 원칙으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순간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은폐만 한다면 어떤 화를 불러오게 되는지, 우린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