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강제로 낙태·단종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책임 지고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23일 낙태·단종 수술을 받은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1인당 2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위자료 액수는 1심보다 낮게 산정했다. 앞서 1심은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에게 1인당 4000만원, 단종수술을 받은 남성들에게 1인당 3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90년대까지 한센인들의 자녀 출산을 금지하는 산아제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낙태·단종 수술을 강제했다”며 “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될 수 없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또 “낙태·단종 수술이 법령에 근거가 없이 이뤄졌으며, 한센인의 평등권과 자기 결정권, 행복 추구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1심보다 위자료 액수를 줄인 데 대해서는 “국가도 한센병 치료를 위해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 시행해왔고 한센병에 대한 사회 편견과 차별 해소를 위한 계몽정책을 실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는 ‘경계인’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그 동안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경계선 너머’에서 살아온 한센인들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그 동안 사회의 이질적 존재로서 척박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한센인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20일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사법사상 처음으로 특별법정을 열고 현장검증을 거치는 등 사실관계 파악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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