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경제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단어입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 돈을 벌고, 집 사는데 빌린 돈을 갚다보면 늙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주택정책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데, 또 주택정책만큼 실패를 거듭하는 정책도 없지요.
지난 8월 25일,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중 하나로 주택과 토지에 관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주택공급을 줄이고, 심사를 강화해 대출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로부터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집값은 내렸을까요?
9월 한 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21%, 지난 8월보다 보다 오히려 올랐습니다.
게다가 서울 시내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이 일반적이고, 지난 한 주만 해도 아파트값이 0.2% 넘게 올라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죠.
또,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지난 1년 동안 가계부채는 점점 올라 '1,257조 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집값은 물론 가계부채도 오른 상황, 어찌된 걸까요?
부동산 경기는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걸 막으려면 금리 자체를 올리거나 은행이 대출을 어렵게 해 돈줄을 조여야 하죠.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집값 잡자고 금리를 올리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또 주택 공급이 너무 많아 이대로 두면 나중에 미분양이 쌓일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 공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대로 갔습니다. 앞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이 오를테니 서둘러 집을 사야한다는 심리로 바뀐거죠.
살 사람은 많은데 집이 적으면 집 주인들은 집값을 더 올리려고 할테고,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더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빚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상황을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십니까.
이미 전문가들도 '8.25 대책이 가계부채를 줄이는 부분에선 실패했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정부는 내년에 시행할 집단 대출 심사 강화 등 여러 대책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지만, 그 결과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죠.
현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13건이나 됩니다. 3개월에 하나씩 나온 셈인데 주택공급량 조절부터 세제, 금융지원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됐죠. 하지만 집을 사야하고 전세라도 마련해야 하는 대부분의 서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질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심리를 읽어야 하는데, 이번 조치가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서 오히려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격언 중에 '정부의 정책에 맞서지 마라'는 말이 있지요. 정부의 수요 조절 정책은 중장기적인 것인데 섣불리 반응했다가는 1~2년 뒤에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정부의 정책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시장, 그리고 그 속에서 다른 것도 아닌 내가 엉덩이 붙이고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어야하는 서민들.
믿지 못할 정부와 무서운 주택 시장 앞에서, 여기서도 또 서민은 당하기만 해야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