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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동시장 개도축 상회 모습 [사진 = 박종훈 기자] |
지난달 말 식사를 하러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이 모씨(41)는 시장 내의 한 상회에서 개를 도살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개를 파는 상회들이 문을 활짝 열어 둔 채 개를 전기 도살하는 장면이 행인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주도로 지난 4일 국내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동물 권리장전’을 만드는 등 동물복지 실천시대를 선언했으나 현실은 이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식용개들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도살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도살관리가 지자체의 무관심과 ‘법의 사각’ 지대에서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동대문구청 게시판에는 개 도살을 직접 목격했거나 도살당하기 전 줄에 묶여 끌려가는 개의 모습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민원 글이 현재 1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구청에 민원을 제출한 한 시민은 “나는 개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지만 시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이뤄진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시장이 동물권리를 논하기 전에 도살장 관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전기 충격기를 입어 넣어 개를 도살하는 방식은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며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특히 경동시장을 비롯한 도심에서는 서울시가 위생을 고려해 닭 도축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개 도축이 공개적으로 성행하고 있다는 데 대해 황당해 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나 구청은 “관리·재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가축의 도축을 허가된 장소에서만 하게끔 규정하고 있지만,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정하고 있는 가축의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경동시장처럼 허가받지 않은 임의의 장소에서 개를 도살해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구청은 빗발치는 미원에 못이겨 동물보호법을 적용해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이는 행위,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한해서만 단속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시청 역시 실효성 있는 단속에는 뒷짐지고 있다. 단속근거가 애매한데다 영세상인들이 주로 영업하는 시장을 단속할 경우, 민심이 악화될까봐 눈치만 살피고 있다.
반면 도축 상인들은 시민들의 항의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다..
경동시장내 A상회 관계자는 “우리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따로 도축장을 만들어 주든지 확실한 조치를 해주면 이렇게 직접 도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 테두리 내에서 장사하고 싶지만 정부가 귀찮아서 관심을 아예 두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앙정부는 문제점을 거론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개 도살을 법문화시키는 순간 정부
[서태욱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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