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죠. 자신들의 경험과 우수 인력을 동원해 정부와 함께 경제개발을 계획했고, 한국수출산업공단·한국개발금융회사 등을 설립하면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실업학교를 세워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1980년대엔 저축운동도 주도했었죠.
그 주인공이 바로 '전국경제인연합회'입니다.
그랬던 전경련이 55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듣고 있습니다. '존재할 명분이 없다', '해체해야 한다' 어찌된 걸까요?
아마도 국민들에게 전경련이 새삼스럽게 인식된 건 이 두 가지 사건이었을 겁니다. 올 4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미르재단, 그리고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이죠.
하지만 전경련이 문제가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 모금 논란과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비자금 제공, 1997년 세풍사건, 2002년의 불법 대선자금 논란…. 그러고 보니 참 많았네요.
그때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사과로 비난을 잠재웠었고, 당시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했다는 동정론도 있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지요. 전경련이 아예 존립 근거를 상실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회원사를 압박해 자금을 모집했다' 사실이라면 이건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겁니다.
야당에서는 한전 등 19개 공공기관에 전경련을 탈퇴하라고 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경제단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김광두 교수가 원장인 국가미래연구원까지도 전경련를 해체하라고 하고 있거든요. '회원사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고, 국민경제 발전에 역행하니 전경련은 존립 근거를 잃었다'고 말이지요.
전경련은 정치권에서 해체하란다고 해체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순수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해산도 회원사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믿음을 못 주는 전경련이라면 진짜 해체를 하는 게 맞는지도 모릅니다.
전경련 기업경영헌장 서두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경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과거에 잘했다고 잘못한 일을 용서받을 수 있는건 아니죠. 게다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만든 단체가 단순히 정권의 모금지로 전락한다면 기업경영헌장엔 아예 이런 말을 넣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정부의 자금을 모집하는데도 앞장 서고…' 라고요. 그렇지 않으려면 본래의 취지를 기억해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