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A초등학교 김 모 교사(36)는 최근 교실에서 ‘휴거’라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휴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한글 단어 ‘거지’를 합성한 말로 아이들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놀릴 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사는 “처음에는 기독교에서 ‘신을 만나러 하늘로 올라감’이라는 뜻의 종교 언어인 줄 알았는데 자신 보다 못 사는 아이들을 악랄하게 놀리는 단어라는 걸 알고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SNS의 발달로 무분별한 한글·영어 혼용이 늘어나고 있다. 재치있게 사회현상을 반영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한글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나친 한글·영어 혼용과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초·중·고교 교과서를 다듬는 작업에 착수했다.
7일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은 한글날을 앞두고 최근 자주 쓰이는 한글·영어 합성 신조어를 정리해 발표했다.
최근 신조어에는 취업난과 빈부 격차, 낮은 임금 수준 등 경제 불안과 어려움을 나타내는 단어가 많았다.
청년들이 심각한 취업난 속에 경력이라도 쌓아보고자 매우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열정페이’(열정+Pay)가 그 중 하나다.
‘빼박캔트’는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관용구를 영어 조동사 ‘Can’t’와 합성한 말로 어떤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핵노잼’(핵+No+재미) 역시 한글과 영어가 섞인 신조어다. 핵폭탄급으로 매우 재미없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됨에 따라 새 교과서 집필 때 활용할 수 있는 ‘순화어 목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 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어 투 표현은 ‘∼에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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