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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7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옆의 횟집거리는 제18호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상처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태풍 때 횟집 유리창 파손 등을 막으려고 횟집마다 외부에 세워뒀던 합판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일부 횟집은 활어를 보관한 수조의 유리가 산산이 부서져 영업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대부분의 횟집에는 형광등 불만 켜져 있고 손님은 없었습니다.
한 10층 건물 1층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채욱(42)씨는 대형 냉장고 4대를 열어 보였습니다.
1층 전기설비가 바닷물에 잠겨 전기 공급이 재개되지 못한 탓에 매운탕 재료와 채소 등이 실온 상태로 보관 중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모두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임씨는 "전기설비 이상으로 불이라도 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영업을 준비하기에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수조에 보관된 활어의 움직임도 힘겨워 보였습니다.
전기설비 문제로 수온을 내리는 냉각기를 틀 수 없어 수조에 공급되는 바닷물의 온도가 적정 수준보다 5도 정도 높은 상태였습니다.
일부에선 활어 폐사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안도로를 덮친 해일 탓에 변압기가 고장 나면서 해안도로 아래에 설치된 해수공급 펌프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부로 유입된 바닷물을 빼내는 펌프가 멈추고, 흙탕물 등이 흘러든 탓에 수리비만 2천만원 가까이 들게 생겼습니다.
민락횟촌상가변영회에 소속된 100여 곳의 횟집 주인들은 차라리 태풍 피해만 있다면 그럭저럭 버틸 여력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올해 8월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콜레라에 이어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콜레라 감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 탓에 이 일대 횟집은 심각한 영업난에 시달렸습니다.
손님이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80% 이상 급감, 9월 한달 중에 아예 열흘 이상 영업을 중단하는 횟집이 속출했습니다.
겨우겨우 횟집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어 온종일 사람 구경도 못 한 채 영업을 마치는 횟집이 허다했습니다.
같은 달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탓에 또 한 번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예년 같으면 접대는 물론 각종 친목 모임으로 횟집거리가 불야성을 이뤘지만 그런 모습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가장 저렴한 코스가 기본 3만원부터 시작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시범 케이스'가 될까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한 횟집 주인은 "업무 관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친목 모임 회원 중에 공무원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늘 빼곡하게 들어차던 102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나는 '가을 전어' 특수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김옥중(49) 민락횟촌상가번영회 사무국장은 "10년 넘게 횟집 운영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며 "하늘이 무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