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대표 "진경준에 준 돈, 검사여서 돌려달라 못해" 증언

김정주 대표 "진경준에 준 돈, 검사여서 돌려달라 못해" 증언

↑ 진경준 / 사진=연합뉴스

진경준(49·구속) 전 검사장에게 주식매입 자금을 준 김정주(48) NXC 대표가 진씨의 검사 지위 때문에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진씨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진씨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자금을 준 경위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증언했습니다.

김씨는 "진씨에게 준 돈이 다른 분들 계좌로 송금된 걸 알고는 못 받을 돈이라고 생각해 포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진씨가 검사였기 때문에 돈을 돌려달라고 재촉하지 못한 것이냐'는 검찰 질문에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런 이유도 포함됐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씨는 2005년 6월께 진씨 등 지인 3명에게 이상백 넥슨 전 미국법인장이 가진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게 하면서 그 매입자금 4억2천500만원씩을 회삿돈으로 빌려줬습니다. 이후 진씨를 제외한 다른 2명은 단기간 내에 대여금을 반환했지만, 진씨는 그해 10월 24일까지 2억원만 갚았습니다.

김씨는 이에 같은 달 28일과 11월 3일 회사 직원들을 시켜 진씨가 불러준 장모와 모친 계좌로 각각 2억원과 2억2천5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식매입 자금 4억2천500만원을 고스란히 진씨에게 준 셈입니다.

김씨는 "처음 직원들을 시켜 돈을 송금하게 할 때는 돈을 빌려주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넥슨 주식을 진씨 등이 매입하게 한 이유는 "기왕이면 외부 자금이 들어오는 것 보다 아는 이들이 주식을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넥슨 명의로 제네시스 차량을 리스해 제공한 것도 "진씨가 그 차종으로 차량을 하나 리스해달라고 부탁해서 들어줬다"고 말했습니다.

진씨 가족의 여행경비를 댄 부분도 김씨 자신이 먼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진씨가 넥슨과 거래하던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예약하며 '넥슨 측에서 비용을 받으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이후 이런 사실을 여행사 측에서 연락받아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진씨가 가족들과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뒤 경비를 많이 썼다며 1천만원을 달라고 해 직원을 시켜 직접 자택으로 돈을 보낸 적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씨는 "20년 지기에 대한 호의도 있고, 진씨가 검사 신분이라 나중에 형사사건에서 도움을 받지 않겠나 싶었다"면서도 "그런 부탁을 받고 속이 편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김씨는 2014년 해외 부동산 미신고 건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진씨에게 여러 차례 조사 진행 상황 등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 문제와 관련해 김씨가 직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됐는데 김씨는 "제 지저분한 인생에 늘 도움을 줘왔던 경준씨에게고 부탁해놨으니 이 친구의 '청탁'에도 기대를 좀 해보려고요"라고 적었습니다. '청탁'이란 표현에 대해 김씨는 "이메일을 쓸 때 쓰는 과장된 표현"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씨는 "언론에 보도된 사안이라 저만 특별 처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과적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처분을 받았다"며 조사 무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날 법정에서는 진씨가 '주식 대박 사건'이 문제 된 후 김씨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했다는 증거도 공개됐습니다.

검찰이 공개한 김씨 진술조서에서 김씨는 "진씨가 (의혹을) 부인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서고 나서는 '네가 돈을 먼저 주겠다고 했다고 말해달라, 차도 회사에서 리스했는데 그냥 사용하라면서 줬다고 말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3월 말 공직자 재산이 공개돼 진씨의 재산이 급격히 불어난 사실이 알려지자 몇 차례에 걸쳐 장기간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길어져 이달 20일 한차례 더 김씨의 진술을 듣기로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