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도심내 유서 깊은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하지 않고 ‘서울형 작은 학교’로 지정해 활성화하기로 했다. 대상은 전교생 수가 200명 이하인 용암·북한산·한강·교동·개화·본동·양남초등학교 등 7곳과 재동초등학교 등 총 8곳이다.
12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전교생 수가 200명 이하인 14개 학교 가운데 학교의 위치와 역사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7곳을 지정했으며 학생수가 200명이 넘는 재동초 역시 역사와 특색을 감안해 작은 학교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서울 종로구 운현궁 옆의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초등학교다. 한때 전교생이 5000명에 육박했으나 도심공동화로 전교생이 120명으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폐교위기에 빠졌으나 서울시의 ‘작은 학교’ 지정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교육청은 이들 8개 학교에 총 10억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 우수교원 배치, 학교역사관 설치, 스쿨버스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이들 학교 인근에 일터가 있는 맞벌이 부부나 직장맘의 경우 학군 바깥 지역에서도 전입학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이나 종로의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 부부는 거주지가 아닌 일터 근처의 재동초나 교동초에 자녀를 보낼 수 있다. 도심 속 시골학교로 불리는 북한산초에는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스쿨버스가 지원된다.
학교마다 전통과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과 문화공간 설치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교동초는 전교생의 전통문화예술 동아리 활동과 더불어 전통예술과 진로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재동초는 주 1회 ‘한복입는 날’을 만들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특성을 감안해 학교 역사박물관을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광객들에게 일부 개방한다. 용산구 한강초는 한강물길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맞벌이부부와 직장맘을 위한 온종일 돌봄체계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도심에 있는 학교들은 역사가 몇십년, 심지어 백년이 넘는 경우도 많다”며 “학생수가 줄었다고 역사성이 있는 학교를 없앨 수는 없고 마을의 구심점인 학교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뒤 최후의 수단으로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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