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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히 커지고 있는 중고차 시장> ※자료=국토부, 단위=만대 |
트럭은 세관을 통과할 때 차량정보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그는 주행거리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전문 기술자까지 동원해 대당 25만~30만원을 주고 최대 30만km까지 주행거리를 줄였다. 이 사실을 모른 소비자들은 노후 트럭을 새 트럭으로 철썩같이 믿고 시가보다 4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행거리를 조작한 수입 중고차를 인터넷을 통해 유통해온 김모(37)씨 등 37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경찰이 중고차 불법 행위를 뿌리뽑겠다고 천명하고 지난 7월 6일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우롱하는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지난달 말까지 3개월 동안 중고차 관련 범죄 650건을 적발해 975명을 입건하고 이들 중 23명을 구속했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중고차 시장에 대해 전례가 없는 대규모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수사국을 중심으로 전국 경찰서에 158개 전담팀을 만들었고, 756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했다. 중고차 범죄에 대한 신고·고발 끊이지 않아 특별단속 종료일을 이달 13일에서 31일로 연장했다.
현재 중고차 시장의 가장 문제는 차량의 이력이나 가격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다는 것. 소비자는 중고차 품질이나 가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이로 인해 딜러가 부르는 값이 중고차 가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깜깜이 시장’ 상황을 악용하는 딜러들로 인해 시장에는 온라인 허위·과장 광고, 차량 주행거리 조작 등 각종 범법 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는 소비자가 항의 방문하면 위협·협박해 강제로 차량을 사게 하는 악질 딜러들까지 암약하고 있다. 장한평의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최근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허위·미끼성 중고차 매물로 인한 중고차 시세 교란”이라며 “시세 정보가 왜곡되면, 좋은 물건은 점점 뒤로 숨게 되고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 이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중고차 시세 정보를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www.ecar.go.kr)에 공개하고 있고 올해 초에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허위 중고차 매물 벌금 상한선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였으나 불법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날 매일경제가 서울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서 만난 업자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중고차 정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허위 매물을 올렸다가 걸려도 큰 타격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업자들은 “경찰에 붙잡혀 벌금을 내는 것보다 법을 어기더라도 장사를 하는게 낫기 때문에 위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며 “허위 매물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고차 전문가들은 평균 시세보다 현저하게 가격이 낮은 매물은 십중팔구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런 딜러에게 차량을 구매한다면 강매나 사기 피해를 당하기 쉽다.
장한평에서 26년째 딜러 일을 하고 있는 신명진 JJ오토존 이사는 “매매 시장 두 군데 이상 발품을 팔면서 차량의 정상적인 시세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가격이 싼 중고차는 허위 매물이거나 소비지가 모르는 중대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차량 마다 부착된 성능기록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사기 당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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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욱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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