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 여성이 편지 2통과 음료수 1박스를 들고 울산 온산소방서로 들어왔다.
이 여성은 부끄러운 듯 “이 동네에 사는 주민이다”며 음료수와 편지를 전달한 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소방서를 나갔다.
소방관들이 받은 편지는 이 주민의 손편지 1통과 그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보낸 그림편지 1통이었다.
울산 온산소방서는 “초등학생이 어머니를 통해 소방관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는 그림편지를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그림편지에는 아파트에 불이 나자 소방관이 “기다리세요. 금방가겠습니다”라며 불을 끄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밑에는 “소방관 아저씨, 소방대원 1명이 없더라도 슬퍼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소방 아저씨들!’·‘힘! 힘!’·‘힘내! 힘내라!’ 등의 메시지가 적힌 하트 모양의 종이들도 함께 있다.
온산소방서는 지난 5일 덮친 태풍 차바에 구조활동을 하던 강기봉 소방교를 잃었다. 강 소방교는 구조 현장에서 실종됐다가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인 주민이 따로 보낸 손편지에는 “사망 소식을 딸이 뉴스로 접하고 울상이 돼 소방관님들께 꼭 전하고 싶어서 그린 것이다”고 적혀 있었다.
온산소방서는 매경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동료를 잃고 한동안 침울하고 슬펐는데 뜻하지 않게 가까운 곳에서 어린 초등학생이 직접 편지를 써서 보
이어 “우리가 오히려 구조대원들을 더 챙겨주지 못해 쑥스러웠다”면서 “어린 학생 덕분에 자극을 받았다. 조금 더 최선을 다해서 가까운 시민들의 봉사자로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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