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삼성전자가 28년여만에 개최하는 임시주주총회를 계기로 사상 초유의 위기국면 돌파를 위한 로드맵을 내놓을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의 대규모 리콜과 단종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신종균 대표를 수장으로 가동 중인 태스크포스(TF)를 주주들에게 일부 공개하고 향후 대책도 설명한다는 전략이다.
임시주총에서는 삼성의 미래전략 보다는 사상 초유의 갤럭시폰 대규모 리콜사태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2차 공격 움직임으로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주주 달래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중장기 비전이나 조직개편 등에 대한 방향은 향후 별도의 형식을 통해 알릴 가능성이 높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참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임시주총 자체는 다소 밋밋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 측에서도 이번 주총에는 직접 참석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대응카드를 제시하는 일도 없을 전망이다.
◆갤럭시 사태, 신종균 설명할 듯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이 나온 것은 갤럭시노트7 리콜방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9월 12일이다. 내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리콜사태’가 이 부회장의 경영 전면 등장을 위한 절호의 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고원인 1차 분석결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내부 임직원들의 자신감도 있었다.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는 시기로 괜찮다는 판단이었다. 그후 한달새 새로운 상황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이재용 체제 첫 출발부터 녹록치 않게 됐다. 배터리 발화사고가 교환제품에서도 발생하면서 결국 ‘단종 사태’로 이어져 7조원을 웃도는 손실이 나타났고, 엘리엇의 2차 공세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주총에서 갤럭시노트7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경우 기존 등기 이사이자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신종균 대표이사가 나서 현재 수습 상황을 설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신 사장을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을 위한 수장으로 임명해 공정과 품질 검증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다 폭발이 일어났다는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연구실에서 재현해 폭발의 원인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 사장이 사고수습팀을 이끌고 있는 것은 갤럭시 브랜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위기인 만큼 신·구의 조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고동진 사장 체제에서 무선사업부가 이인종 개발1실장(부사장)과 노태문 개발2실장(부사장)로 나누어진 만큼 신 사장과 고 사장과 함께 사고와 조직을 수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제품 수거와 보상대책 마련 뿐 아니라 차기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 측은 지금은 사태수습이 최우선으로 인사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 주총 안건 처리는 무난할 듯
이번 임시주주 총회에서는 두개의 안건이 다뤄진다. 1호 안건은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분할 매각 승인건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이 2호 안건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HP(휴렛패커드)에 10억5000만달러를 받고 11월 1일자로 프린팅사업부를 넘길 예정이다. 보다 확실한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프린팅사업부의 반발을 향후 어떻게 협상으로 풀어낼지 정도가 남은 변수다. 임시주총에서는 이들 안건 모두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은 안건 자체에 대한 찬성의견을 위임장으로 보내거나 최소한 반대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도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에 나서거나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삼성전자 측의 입장을 요구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재용식 경영 본격화 예고
삼성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재용식 실용주의와 친정체제 구축 작업이 임시 주총 이후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과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이 사업부문별로 등기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업무를 총괄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을 전망이다. 등기이사 선임은 ‘주주’차원이 아닌 ‘경영자’로서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러한 경영상 결정에 대해 법적 책임도 지겠다는 의미다.
갤럭시노트7 폭발 등의 이유로 책임 경영은 강화될 전망이다. 더구나 엘리엇 등 외부 제안도 이 부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달초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시작할 때와 달리 갤럭시노트7 사고는 리콜이 아닌 단종으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취임을 계기로 상세한 설명이나 향후 대책에 대한 입장요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당장 관심은 12월초로 예상되는 그룹계열사 사장단
[송성훈 기자 / 이동인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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