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 죽는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아타 울라시드 샤프달 대표가 법정에 나와 고개를 떨구며 이 같이 사죄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법정 문을 나서는 샤프달 대표를 향해 “아주 행사하러 왔네. 행사하러”라고 소리치는 등 여전히 깊은 불신의 골을 드러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68)의 21회 공판에서 샤프달 대표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대표)와 함께 옥시의 전·현직 대표 3명이 처음으로 한 법정에 나란히 선 것이다.
이날 옥시를 대표해 법정에 출석한 샤프달 대표는 “아이를 잃은 가족에게는 최대 10억원까지 보상을 하겠다. 평생 치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에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 문구를 넣은 혐의 등을 빠짐 없이 인정했다.
아울러 과거 보상안에서 밝힌 100억원 출연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시적이고 광범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원료물질 공급업체 및 제조사들과 함께 기금 사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금의 구체적인 용처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정부, 국회와 이야기 중이며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옥시 현직 대표가 읽은 ‘긴 반성문’에도 피해자들 반응은 냉담했다. 아달 샤프달 대표는 재판이 끝나기 전 방청석에 앉아있는 피해자들을 향해 일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스무 차례 넘게 진행된 옥시 법인의 지난 재판에는 회사 관계자들이 출석해왔다. 재판 막바지 절차인 피고인 신문에는 현 대표가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검찰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이날 샤프달 대표가 법정에 섰다.
[김윤진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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