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업통상자원부가 누진제를 대폭 개편한 안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얼마나 내려가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이번 개편의 원칙은 '3단계 3배수'입니다.
기존의 6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구간별 요금 차이를 11.7배에서 3배 이내로 축소한다는 거죠.
총 3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전기를 적게 썼던 사람들이 요금을 더 내는 안이고, 두 번째는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가 할인을 많이 받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 안은 1안과 2안의 단점을 보완한 건데, 이 경우에도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가 요금 더 내도록 돼 있어 이들에게 월 4천 원의 정액 할인을 해주기로 한거지요. 요금은 단계별로 93.3원, 187.9원, 280.6원으로 낮췄습니다.
예를 들면, 4인 가구가 월 평균 하루 8시간씩 전기장판을 켰을 때 기존 7만 2천 원에서 6만 원으로 1만 2천 원을 적게 내게 되는거죠.
어떻게 보십니까?
누진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3배에 맞췄고,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원가도 공개했습니다. 거기다 전기요금도 10% 이상 내려간다니, 잘 된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먼저, 가장 유력한 세 번째 안을 선택했을 경우 보시다시피 상당수 중산층이 포함된 200~300kWh를 쓰는 가구는 혜택이 거의 없습니다. 전기를 많이 쓰면 쓸수록 할인을 더 많이 받게 되니까 이번에도 '부자 감세'란 비판을 면치 못 할 우려가 높습니다.
또, 개편안에 따른 요금을 한전이 부담하기로 했는데 예상되는 한전의 수입 감소는 평균 9천억 원….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10조 원이 넘었고, 내년 이후에도 5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걸 보면 좀 적다는 생각이 들죠.
거기다 문제가 됐던 산업용 요금은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누진제 개편의 취지는 요금 인하가 아니라 여름철 과도한 요금 인상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의 말처럼 결과적으로 요금은 오르지 않지만, 이번 개편안도 국민 모두에게 희소식이 되진 않을 듯 합니다.
정부와 한전은 오는 28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여름, 그 더위에 에어컨 한 번 편히 못 틀었다는 국민들이 겨울엔 전기장판 하나 맘 편히 켜지 못 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