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74·사진)는 10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핀란드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스시 레스토랑으로 걸어 올라가던 길에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며 “노벨상 후보로 몇 차례 거론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땐 매우 당황스럽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영국 태생인 그는 초전도 분야 연구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명예교수(82), 덩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65)와 함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초전도는 아주 낮은 온도에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상태다. 올해 수상자들은 일상적인 3차원 세상이 아니라 점이나 평면 같은 1·2차원에서도 초전도체가 가능하다는 걸 규명했다.
1972년 당시 코스털리츠 교수 등이 첫 논문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들 연구에 대한 학계 시선은 냉랭했다. 기존 연구 방법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 결과는 40년 후 노벨 물리학상이라는 성과로 반전됐다. 특히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역대 노벨 과학상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난도로 평가 받는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이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게 당장 어떤 기술에 응용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물리학은 지식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적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순수 이론만 집요하게 좇은 것이다.
노벨상에 목마른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코스털리츠 교수는 “그 문제야 말로 당황스러울 정도로 답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다만 그는 “애초 내가 연구하려던 분야는 초전도체가 아니었지만 우연히 이 분야를 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다가설 수 있었다”며 “특정 연구 주제를 어떻게 남들과 다른 각도로 바라볼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노벨상을 타기 위해 연구에 매진한 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노벨상에는 운도 작용한다”며 “자유롭게 연구하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게 나로서는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건 과학자였던 아버지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 한스 코스털리츠는 뇌가 모르핀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호르몬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엔돌핀’이라고 명명한 유명 과학자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아버지는 뭐든지 하고 싶은 걸 공부하라고 조언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고등과학원 방문교수로 매년 한두달씩 한국에 머물며 국내 과학자들과 교류했다. 2010년엔 상전이(相轉移) 현상과 관련된 방정식을 한국 과학자들과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