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64·사법연수원 10기)팀이 21일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모녀에 대한 제3자뇌물 혐의와 관련해 세종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일 박 특검 임명 후 20일 만이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정책과·재정과 사무실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 임직원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최씨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내 송환 절차에도 착수했다. 이날 서울 대치동 D빌딩 특검 사무실에서는 수사 개시를 알리는 공식 현판식이 열렸다. 현판을 내건 첫날부터 의욕적으로 수사에 나선 셈이다.
◆삼성-최순실 뇌물혐의 정조준
이규철 특검 대변인(52·22기)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압수수색은) 삼성의 제3자 뇌물공여와 국민연금의 배임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사이에 대가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특정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도 제3자뇌물, 배임 혐의 등이 적시됐다.
삼성은 지난해 최씨 모녀에게 승마훈련비 등으로 80억원을 지원하고 최씨의 독일 개인회사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00억원대 승마협회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삼성측이 ‘비선실세’인 최씨의 존재를 알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가성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있다.
특히 특검팀은 지난해 삼성물산의 합병이 최씨 지원의 대가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필수적이었던 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절차상 하자가 있는 의사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합병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대주주 일가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특검팀은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주도한 국민연금 임직원들에게 공단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앞서 검찰도 지난달 23일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와 기금운용본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홍 전 본부장,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관련기록을 특검에 넘겼다.
특검팀은 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이미 최씨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최씨의 존재는 올해 2월께 처음 알았다”고 진술해 일부 위증 의혹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곧 이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SK 현대차 등 최씨 측에 특혜를 제공한 기업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정유라 체포영장…최씨 일가 수사
특검팀은 이날 “정씨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며 “독일 검찰에 정씨의 소재지 파악 등 사법 공조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독일 측에 현지에서 수사 중인 최씨 모녀의 돈세탁 혐의 수사 기록과 금융거래·통화 내역, 최씨 모녀의 재산 동결을 위한 조치도 요청할 예정이다. 정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착수했다.
이 대변인은 “정씨에게 공식 소환 통보를 한 적은 없지만, 체포영장 청구요건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법원에서 받은 체포영장을 독일에 보낸 뒤 현지에서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도 한국행 비행기를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독일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앞서 교육부는 정씨가 지난해 이화여대에 입학 및 재학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재산 불법 형성 및 은닉 의혹도 수사 중이다. 윤석열 수석파견검사(56·23기)는 이달 초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59)을 접촉해 관련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윤 검사가 정보수집 차원에서 여러 제보를 받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상대 측 박근혜 후보 검증 맡아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집중 추적했다. 최씨 부친인 최태민 씨(1994년 사망)는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하던 1970년대 새마음봉사단 총재를 맡는 등 최측근으로 행세했다. 최씨 모녀가 보유한 부동산만 3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최태민 씨 일가는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병우·김기춘도 곧 수사
특검팀은 조만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49·19기)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7·고등고시 12회)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광주지검의
[정주원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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