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엄마가 다 했다, 나는 아이 걱정 뿐"
↑ 정유라 구금 연장 / 사진=연합뉴스 |
덴마크 경찰에 현지 시간을 1일 오후 긴급체포된 정유라씨에 대한 구금 연장을 위해 2일 덴마크 북부 도시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 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구금 기간이 연장돼 추가조사를 받게 되면 강제송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정유라씨는 구금 연장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했습니다.
이날 심리는 당초 30분이면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추가 조사를 위해 구금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검찰과 정씨의 여러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로 인해 오후 2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두 차례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3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이날 심리는 덴마크어로 진행됐고, 정 씨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답변했습니다.
구금 기간 연장을 요구한 검사는 정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나열해 가며 추가 조사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정 씨와 정 씨의 변호인은 자신이 계속 구금되면 19개월 된 아이를 돌볼 사람도 없다고 '읍소'하며 반박했습니다.
또 "아이와 함께 있게 해준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귀국하겠다"며 조건부 귀국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정 씨는 아이와 관련해서 진술할 때면 감정에 북받친 듯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가 하면 눈물을 쏟으며 울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정 씨는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엄마가 다 했다", "나는 모른다"고 해명성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올보르 법원은 이날 심리를 마치며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정 씨를 오는 30일 오후 9시까지 4주간 시내 별도 구금시설에서 구금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대신 아이 문제에 대해선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정 씨는 판사의 결정을 통역사로부터 전해 들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경찰의 인내를 받으며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피해 법정을 신속하게 빠져나갔습니다.
검사는 재판을 마친 뒤 "한국에서 오는 30일 이전에 정 씨의 인도를 요청하는 최종 요구를 전해오고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면 송환할지 여부를 그 때 별도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4주간 정 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통해 범법 여부와 송환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씨의 변호인은 판사의 결정이 나온 뒤 항소할 뜻을 내비쳤으나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고 입을 닫았습니다.
정 씨는 이날 체포 당시 그대로 회색 코트에 티셔츠, 하얀 운동화 차림이었으며 머리는 다소 부스스해 갑작스러운 체포로 경황이 없음을 드러냈습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최재철 주덴마크 한국대사가 직접 나와 전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최 대사는 "우리 국민의 신변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온 것"이라면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가진 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다른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이날 심리과정에 정 씨가 검사와 변호사의 질문에 답한 내용과 휴식 시간에 기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덴마크에는 언제 왔나.
▲작년 9월에 와서 계속 머물렀다. 독일에는 2주 전에 비자 문제 때문에 프랑크푸르트를 다녀왔다. 하지만 쇼핑은 하지 않았다.
--여기에선 어떻게 생활했나.
▲예전에는 독일에 있는 회사에서 돈을 줬는데,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돈이 없다. 엄마가 체포되기 전에는 엄마가 회사에서 나오는 돈보다 더 많이 줬다. (한국에) 큰 회사를 갖고 있다.
--삼성과 계약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엄마가 계약서를 들고 와서 서명하라고 해서 나는 서명만 했다. 엄마는 돈이 어디서 나오고 나가는지 얘기 안 했다. 돈이 얼마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는 사람은 엄마와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 밖에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엄마가 계약서의 주요한 내용은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나에게는 사인만 하라고 했다.
--삼성이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대주면서 특별한 대가를 바란 것 아닌가.
▲엄마로부터 삼성이 6명의 승마선수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들어서 나도 지원하게 됐다. 나는 6명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들었다.
--아들이 몇 살인가.
▲(울먹이며) 19개월이다. 11개월 됐을 때 아빠가 떠났다. 이곳엔 가족도 없다.
--한국에 스스로 들어가서 조사받을 생각은 없나.
▲나는 아이 걱정만 한다. 경찰이 내 아이와 머물게 해주면 언제든지 한국에 가겠다. 보육원이든, 사회기관이든, 병원이든 아이와 함께 있게 해 준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 내가 한국에 가서 체포되면 19개월 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고, 나도 이혼했다 엄마도 한국에서 체포됐다.
--여권은 기한이 언제까지인가.
▲2018년 12월까지다. 그러나 나는 독일 등 다른 곳에 갈 수가 없다. 계속 이곳에 머물고 싶다. 나는 도망가지도 않을 것이다. 기자들이 집 앞에 있어서 도망갈 수도 없다.
--대학 재학 과정에 학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데.
▲2015년에 난 임신을 해서 학교를 못 갔다. 대학으로부터 F 학점을 받았다. 2016년에도 계속 못 나갔다. 그래서 엄마한테 자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엄마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에 대학(이화여대)에 딱 한 번 가서 최경희 당시 총장과 유철균 교수를 만났다. 그 이후엔 전화통화도 만나지도 않았다. 그 때 내가 일찍 나오고 엄마가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 아웃(퇴출)될 거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학점이 나와서 의아해했다.
--대학 입학과정에도 부정의혹이 있는데.
▲나는 모른다. 고등학교에서 승마한 것도 엄마가 시켜서 했다. 나 스스로 한 게 아니다.
--현재 누가 도와주고 있나.
▲독일에선 돈세탁 혐의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여기서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외화 유출 혐의도 받고 있는데.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빠가 강원도 땅을 갖게 됐는데, 그 땅을 담보로 해서 36만 유로를 마련했다. 저희 이름으로 1원 한 장 대출 안 받고 (독일서) 집 샀다. 나중에 한국에
--박근혜 대통령을 평소 '이모'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언제 뵈었나.
▲박 대통령을 뵌 것은 아버지가 (박 대통령 비서실장격으로) 일할 때였다. 아주 오래 전 초등학교 때다.
--차은택 씨를 만난 적은.
▲한 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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