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의 혼돈은 계속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속 광장은 촛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지표는 줄줄이 추락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연초부터 집값추락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암울한 국내 정세와는 다르게 세계의 시계바늘은 빠르게 재깍이고 있다. 지난해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국으로 인간과 AI의 대결이 본격 점화된 이후 올해는 양측 우열이 확실히 가려지는 '결판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3일 매일경제신문 본사에서 신년 대담으로 간만에 머리를 맞댄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의 머릿 속에도 이런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득해 보였다. 이들은 2시간에 걸친 신년 대담에서 이런 혼란과 격변의 시기를 가리켜 '문명사적 대전환'이란 말로 압축했다.
고대와 연대는 '영원한 맞수'로 통할만큼 팽팽한 경쟁관계지만 대전환의 시대에 "후학들에게 제대로 길을 닦고 먹거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대학부터 이름만 빼고 모두 변해야 한다"는 의견에 합의했다. 김총장과 염총장은 고교·대학과 전공도 다르지만 지난 1979년 SK그룹이 세운 장학프로그램에 두 대학 1등으로 뽑혀 서로 만난 뒤 90년대엔 '사회비평' 편집위원으로 함께 지내는 등 30년을 막역한 '지성의 동지'로 지내온 사이다. 사회를 맡았던 설진훈 사회부장은 대담시간 내내 한번 말을 꺼내면 그침이 없는 총장들의 열정에 다음 질문을 던질 틈을 노리느라 진땀을 뺐다.
- '문명사적 대전환'이란 거대 화두를 던지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 김총장 : 작년 2월 총장 취임할 때 취임사로 AI 얘기를 했다. 곧이어 한국에 알파고 쇼크가 상륙했다. 주변에 인공지능 '알파고가 수능시험을 치고 연세대 입학할 시점이 언제쯤 될까'라는 말을 주변에 많이 한다. 저는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AI 진화 속도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지금까지 대학에서 통했던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으로 이분화됐던 경계 구조가 이미 허물어 졌다. IBM의 왓슨이라는 AI는 스스로 교육에 참여하고 가르치기도 한다. 인간이 배우는 능력에서 비교열위다. 직접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필요성마저 약화되고 있어 앞으로 100세까지 살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 염총장 : 공감한다. 김 총장님은 네트워크이론 전문가이시고 저는 과학첨단 기술 쪽을 많이 연구했다. 저는 취임하면서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문명사적 대전환'을 화두로 던졌다. 지난 50년간 대량생산 체제하에서 이뤄왔던 고용의 모델은 종말에 가까워 졌다. 이런 대량 생산 체제하에서 교수 1인에 의해 최대 다수의 인재를 배출하는 현재 교육시스템에 대해 영국 옥스포드·케임브릿지 대학들은 '이제 그건 대학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개인의 잠재력을 끄집어 내야 하는 시대다.
- 진짜 연대에 알파고 학생이 지원한다면 입학시킬 용의가 있으신지?
▲ 김총장 : 물론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징적 얘기다. 그럴 필요도 없지않나. AI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데 교수들이 어떻게 가르치겠나. '싱규레러티'( singularity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시점)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이런 싱규레러티 시대에 대비해 대학에서 교수가 이제 학생들에게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보조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히 지금의 교수들은 노트에 있는 것 갖고 가르치고 강의하는 데 이런 방식은 너무 안이하다. 과학도 마찬가지겠지만 핵심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나의 문제, 가족의 문제, 국가의 문제 등을 가설을 통해 풀어가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
▲ 염총장 : 학생들도 생각 빨리 바꿔야 한다. 미국 구글만 해도 절대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 자본과 아이디어를 갖고 벤처기업인 '네스트'를 사들인다. 돈이 되는 아이디어에 필요한 인력과 조직을 통째로 사들여 같이 일하는 네트워킹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비대칭 사회에선 이런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인력과 조직을 찾아내기 힘들었고 비용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용이 '확' 내려갔다. 평생 먹여 살려야하면서 '확신'도 없는 인력을 앞으로 뽑겠나. 그래서 대학이 창업과 창직(직업을 새로 창출)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 결국 고용이 가장 큰 걱정이라는 얘기네요.
▲ 염총장 : 자꾸 기업에 취업한다는 패러다임 갖고 있으니 문제다. 맥도널드만 해도 이제 전부 자동화된 기계로 주문하는 곳이 속속 늘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모든 주에서 시급이 15달러로 치솟으니 더 이상 사람을 쓰느니 기계에 투자를 하는 거다. 4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주당 근로시간이 70~80시간에 달했는데 지금은 40시간 안팎으로 '확' 줄었다. 리프킨 같은 사람이 '웍 쉐어링'(일자리 나누기)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 김총장 : 유럽 몇 나라에서 기본소득과 비슷한 개념의 '리빙 웨이지'(Living Wage·생활임금) 실험에 나선 것도 비슷한 이유다. 최근 읽은 책에는 변호사·의사가 가장 빨리 없어질 직업이라는 얘기도 있다. AI가 모든 판례를 '딥러닝'해서 알고 판단도 하고 조정도 해줄 수 있다.
▲ 염총장 : 의사중에 영상의학과 예로 들면 지금은 잘 나가는 직업인데 이미 IBM 인공지능인 왓슨은 사람이 볼수 없는 내용까지 판독해 내고 있다. 10년 안에 영상의학과 굉장히 위험해 질거다.
- 취업난에 '삼포세대' 얘기까지 나오는 데 청년들에게 더 우울한 얘기일수도 있겠다.
▲ 염총장 : 현실과 미래를 말하는 거다. 그러나 위기 속에 분명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기회도 있다. 한국 사람들 적응 속도는 세계 최고이질 않나. 내가 10년 전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을 이탈리아에서 봤을 때 앞으로 20~30년 안에 현재의 제조업 종사 인력이 10% 수준으로 줄어 들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돌아와서 봤더니 1960년 대 우리 농업생산 인구가 70% 였는 데 지금은 6%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현재 제도업 고용인력도 향후 20~30년 안에 10분의1로 줄어들텐데 위기인 것은 맞다. 어느 신문에 보니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대졸채용 늘려야 하지 않냐" 물었더니 "그건 고용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교수 필기 달달 외우고 농담까지 받아쓰는 학생이 경쟁력 있겠나. 제가 취임해 시험감독 없엔 것도 이런 취지다. 유튜브가 됐던 무크가 됐던 지식은 널려있는데 왜 지식을 가르쳐야 하나.
▲ 김총장 : 문명사적 전환을 좀 더 간단히 정리하자. 숲에서 사냥하던 사람이 농사를 배워서 농경사회 이루고 농경사회 끝에 말미에 산업혁명 일어나고 거대기업이 생겨난 그런 역사의 마무리에 왔다는 의미다. 쉽게 얘기하면 '고용의 시대'가 종말하고 있다는 의미다. SNS '링크드인' 보면 스카우트할 수 있는 인력들이 널려 있다.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짧게 쓰는 거다. 앞으로 기업도 지금 한국의 대기업처럼 위계 조직이 아니라 수평한 네트워크 구조로 변한다. 노동종사자는 하루에도 직업을 두번 바꾸고 평생 수백번 직장과 직업을 갈아타는 시대가 도래한 거다.
- 그럼 이제 교육자들은 학생들과 뭘 해야 하나요.
▲ 염총장: 지식을 흔히 '형식지'와 '암묵지'로 나누는 데 형식지는 이제 AI를 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통찰력·공감·네트워킹능력 등에 해당하는 '암묵지'가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남게 된다. 교수들은 그런 '암묵지' 능력이 뛰어난 친구를 보고 그 친구가 무엇을 더 잘할지 이끌어 줘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과목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최근 본 자료인데 2020년까지 핀란드는 고등학교서 교과목을 없앤다고 한다. 문제분석 해결 위주로 바꾸는 거다. 예를 들어 일본서 월드컵하는 데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할 경우, 인문학적으로는 살처분에 대한 윤리적 접근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수학자는 한국에 도달할 시간을 예측하고 정치학 전공자는 리더로서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식이다.
- 옛날에 대학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 김총장: 지금 대학생들, 청년들이 분노하고 '반값등록금' 투쟁 나서고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산업 사회에서 사회와 대학이 맺었던 사회적 계약이 깨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태껏 노트필기 열심히 4년 동안 해서 졸업장 따면 먹고 살수 있는 시대였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공식이 통하질 않으니. 사실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교육을 실험하고 있는 데 솔직히 재원이 턱없이 부족해 '꾀'를 부리고 있다. 이를 테면 학생들에게 100만원 줄테니 연구하고 문제를 풀어보라 한다. 100만원씩 100팀 해봐야 1억원이다. 맞춤형 교육을 하도록 교수를 바꾼다는 건 재원이나 현실적으로 큰 문제이고 정부에서 프로젝트 받아서 큰 개혁을 해보겠다는 거도 여러 가지로 힘들기 때문이다.
- 대학 전체가 바뀌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 염총장 :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싱귤레리티 대학이란 작은 대학은 학비가 비싼 대신 1년씩 나라를 바꿔가면서 연구프로젝트를 한다. 내년에는 서울와서 서울의 환경·교통·문화·인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고 한다. 대학이 교육뿐 아니라 지식생산의 주체가 되는 거다. 그래야 창업기지로 변할 수 있다.
앞으로 대학은 같은 대학끼리가 아니라 삼성·LG같은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시대가 온다. 기업들도 속속 이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지식생산 산업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김종장 : 최근 중·고등 교육현장에서 '플립드클래스'(거꾸로 교실)이라고 해서 교사 3면명이 그룹화를 한 뒤 강의실 밖에서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고 학교에선 토론과 문제해결을 하는 새 교육방식이 생겨났다. 저는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뽑기위해 입시제도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팀이 구성되어서 이런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낸 성과를 학생선발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중이고 오는 3월 정도엔 발표한 뒤 3년 뒤부터 적용해볼 생각이다.
- 올해 부터 고대 논술 폐지되는 데 그럼 뭘 보나.
▲ 염총장 : 논술도 첫 시작땐 좋았는 데 논술시장이 만들어지면서 2000자를 테크닉을 부려 기승전결 잘 만들어오면 성공하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 그래서 앞으로 심층면접 50%로 바꾼거다. 이런 심층면접에서 학생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문제를 던져주고 어떻게 해결방법을 찾는지 보겠다는 거다. 급변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사회에 나와서도 의사결정 못하는 '노브레인'은 쓸곳·갈곳이 없는 시대다.
- 학문적 통섭에 김영란법이 규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김총장 : 깨끗한 사회 만들자는데 취지는 좋은 거다. 교수에게 캔커피 가져다 준게 첫 신고 대상이거나 카네이션을 주느니 못주느니 이런 것들은 사회통념과 어긋나는 부분들이니 시정이 바로 되야 할거다. 특히 교수들의 외부 출강, 기고 등 사전 신고는 굉장히 불편하다. 총장도 신고해야 한다.
▲ 염총장 : 문화와 법이 상충되는 문제인데 양심적 도덕을 어디까지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건가 문제다. 철학적으로 봐서는 그렇게 바람직 하지 않다. 최소한 기준 마련하는 건 좋지만 개인의 도덕률로 해야할 일을 법으로 한 데 대해 안타깝다. 늘 감시하는 사회를 만든다.
- 한국 대학의 글로벌 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 김총장 : 저는 네트워크 쪽 연구하는 사람이라 교육도 결국 네트워크로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1000명 이상이 학부과정에 등록돼 있고 어학원까지 합치면 3400명 정도 되는데 전교생의 10% 안팎에 달한다. 요즘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도 미국 보다는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변화하고 있다.
▲ 염총장 : 우리나라 와서 배우는 게 교육비가 굉장히 싸기 때문에 많은 해외학생들에게 매력적이다. 싱가폴국립대·홍콩대 등 글로벌 대학과 경쟁하려면 개인적으로 30%까지 외국인 학생 비율이 되야 한다고 본다. 고대의 경우 교환학생까지 하면 4700명 정도가 와 있는데 욕심 같아선 현재 1000명 수준인 학부생을 1500명까지 늘렸으면 한다.
- 탄핵안가결, 촛불사태 속에서 '차세대 리더십'에 대한 불안이 크다.
▲ 김용학 : 한국사회에선 리더(대통령)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 높게 평가해 온 거 같다. 1인 대통령에 대한 역할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미 다원화된 사회에선 1인 리더가 아니라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리더가 필요한 상황으로 변한지 오래다. 특히 국가의 권력은 이미 약화될대로 약화된 실정 아니냐. 대통령이란 태극기처럼 상징으로 남게 됐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들이 존경하고 '참 멋있다' 할만한 도덕성과 소통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치 뿐만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기업이든 학교든 모두 그런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다.
▲ 염재호 : 과연 정치적 리더가 필요 하기는 할까 의문도 들고 있다. 일본의 정치학자들과 얘기하면 한국서 5년 마다 거의 '군주'뽑듯이 선거를 하고 뽑은 후에는 역성혁명 일어나듯 사회가 뒤집히고 하는 것에 매우 놀란다. 지금 대통령제는 무슨 의미가 있고 의원내각제 또한 무슨 의미가 있나. 이번에 1000만명이 다녀가고도 사고하나 발생하지 않은 촛불집회를 보면서 한국에도 시민다수가 참여하는 '토론민주주의'가 가능한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이런 토론민주주의 사회에선 누구나 정치·사회 리더가 될 수 있다.
- 흙수저·금수저등 '수저계급론'이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 염재호 : 이념적으로 흙수저 금수저라고 이야기 하는데 저는 거꾸로 생각한다. 오히려 흙수저에게 훨씬 더 기회가 많다. 금수저라는 건 타이틀따기에 좋을지는 모른다. 그런데 거기에 안주해서 스카이대 졸업장 가지고 있다고 해서 21세기에서 먹고 산다는 건 상식이 아니다. 대학 졸업장 없어도 엄청나게 많은 지식 소스를 가지고서 창업할 수도 있고 내가 뭘 하느냐는 동기가 강하면 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충분히 흙수저들에게 기회가 더 열려 있다.
흙수저·금수저 논쟁은 흙수저인 사람들에게 '너희는 빨리 포기해라. 이 사회에서 경쟁이 안된다'는 목소리를 계속 주입해서 자괴감만 키운다. 저는 오히려 우리 고려대생에게 니네들 나가봐야 졸업장만 받아서는 유효 기간 5년도 안된다고 말한다. 정신 차려라 정말 개척하고 모험을 해야지 이걸로 절대로 살아남을수 없다고 강조를 하는데 언론에서 너무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제 졸업장 가지고 사람들이 써주겠나 21세기에 전혀 안 써줄텐데. 능력있는 애들 데려다 쓰지. 삼성만 해도 스카이·카이스트 출신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답만 맞출려는 애들 필요 없다. 모티베이션도 약하고. 오히려 정말 지방대 작은 대학서 삼성맨이 된다면 몸을 불살라서 도전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 촛불은 성숙한 시민을 보여줬지만 양극화된 갈등의 후폭풍이 걱정도 된다.
▲ 염재호 : 우리나라 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통적 권력이 붕괴되고 정치지도자들은 겉으로 화합·통합 내세우지만 결국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의 카드를 선택하고 있다. 표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열풍,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50년간 고속 성장을 해 오면서 머리로는 민주주의이념에 굉장히 발달했는데 몸은 전혀 발달되지 못했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징이 아우러진 '비동시성의 동시성' 사회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감성적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이 갑자기 나와 기존 질서는 모두 나쁜 것이라고 규정한다.
▲ 김용학 : 한국 사회의 여러 형태의 갈등, 노사관계든 학내분규든 결국 공공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갈등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로 진단하고 잇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대학을 구성하면 양측 입장이 다소 달라도 공통분모가 되는 공익의 요소가 분명 공존한다. 여기에 대한 이해를 양쪽 모두 덜 하고 있다.
이런 공공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룰과 절차에 대한 합리적 대화보다는 결국 힘과 논리에 의한 기싸움으로 흘러가 기회비용이 양측 다 커진다.
- 사회전반적인 신뢰 회복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 김용학 : 최근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배틀 오브 스토리스'(이야기 전쟁) 시대가 도래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현실화 되었음을 느낀다. 이야기 전쟁의 시대엔 진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어떤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그럴듯 한가에만 관심이 쏠린다. 이런 주목을 끌기위해서 미국에선 '가짜 뉴스'사이트까지 생겨났는데 사람들이 진짜 뉴스보다 이 걸 더 믿는다. 여론 양극화의 큰 원인을 제공하고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 전쟁을 경계해야 한다.
▲ 염재호 : 누구나 기존 권위나 질서에 도전하기만 하면면 이야기가 된다. 물론 기득권 층 잘못이 크지만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려면 사실에 기반한 문제 분석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이야기가 피가 날때까지 긁어대는 '아토피적 사회'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 보면 나중에 줏어담을수 없는 후폭풍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회 = 설진훈 사회부장 / 정리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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