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 기업사냥 조직폭력배 20명 기소

사채를 끌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영권을 빼앗고 '깡통 회사'를 만드는 수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챙긴 조직폭력배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네오퍼플·씨모텍 등 7개 상장사의 경영권을 탈취한 뒤 주가조작·허위공시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정읍썬나이트파 소속 사채업자 이 모씨(46)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로부터 청탁과 향응을 받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써준 혐의를 받는 한 회계법인 전 대표 박 모씨(60)를 비롯해 범행에 가담한 사채업자, 시세조종 전문세력 등 1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6월께 자금난을 겪던 식품업체 네오퍼플에 회사 주식을 담보로 사채 80억원을 빌려주고 경영권을 가져왔다. 이후 회사 자산을 매각해 1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신사업 추진' '유상증자 성공적 납입' 등 허위 내용을 공시해 회사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을 되팔아 24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 회사는 결국 2013년 3월 상장 폐지됐다.
이씨 등 일부 조직원은 작전에 실패하면 상대방에게 무자비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2년 3월 또다른 상장사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다 실패하자 후배 조직원을 동원해 야구방망이 등으로 사무실 집기와 컴퓨터 시스템을 무차별적으로 부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재물손괴)도 받고 있다.
포항삼거리파 박 모씨(45)는 2011년 3월 주식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가 손해를 보자 주식매입을 권유했던 후배의 허벅지를 회칼로 찔러 관통상을 입힌 혐의(특수상해), 부산칠성파 안 모씨는 지난해 1월까지 채무자를 지속적으로 협박한 혐의(채권추심법 등 위반)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4월과 7월에는 코스닥 상장사 씨모텍을 무자본 인수·합병(M&A)한 뒤 인수 자금 684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목포로얄박스파 김 모씨(38)와 한 모씨(40)를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진출한 이른바 '3세대 조직폭력배'에 대해 엄정 대처할 예정"이라며 "조직원들의 인적 네트워크 및 범죄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