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 그리고 딱히 닮은 얼굴도 아니지만, 오늘은 '너무 닮은 그들'이라는 제목으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 국내 최고의 엘리트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여기에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정무수석으로 모두가 선망하는 '비단길'을 밟은 것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동질감이 생긴 걸까요?
두 사람에게서 유독 눈에 띄는, 똑같은 장면이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했던 말들….
김기춘 /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난해 12월 7일, 2차 청문회)
- "(최순실을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제가 최순실 씨를 정말 모릅니다. 아니, 정말 최순실은 모릅니다. 아는 사이가 아닙니다."
조윤선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9일, 7차 청문회)
- "저는 (블랙리스트를)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작성 경위와 누가 작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모른다, 아니다'며 딱 잡아떼는 두 사람, 그런데 이랬던 천하의 김기춘과 조윤선도 결정적인 한 방에는 두 손을 들고 맙니다. 판박이처럼 말이죠.
김기춘 /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난해 12월 7일, 2차 청문회)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이제 보니까 제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조윤선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9일, 7차 청문회)
-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내 과거를 없애라'
증거를 없앤 것도 똑같습니다.
조윤선 장관은 겨우 두 달밖에 쓰지 않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김기춘 전 실장은 비밀자료를 없앤 것도 모자라 그 장면이 찍힌 CCTV 메모리까지 지워버리는 용의주도함도 보였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닮은 이 두 사람이 어쩌면 앞으로의 운명은 달라질지 모를 일생일대의 기로에 섰습니다.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여부를 놓고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으니까요.
최고의 길을 걸었고,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자신들을 겨눈 칼날을 피해왔던 두 사람은 결국 같은 건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이들이 나올 때의 모습도 지금처럼 같을까요.
'구속이냐, 아니냐' 그 결정의 모래시계는 지금도 아래로 꾸준히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