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직무상 명령은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은 권력자들의 위법한 지시에 공무원들이 복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자성에 따른 것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기동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38명은 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원들은 제안이유에서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따르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무책임'이 작금의 국정농단, 국기문란, 헌법유린에 큰 역할을 했다"며 "이는 헌법 제7조 1항인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규정한 57조에 '직무상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을 거부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추가하고 이 같은 복종 거부로 인해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현행 57조는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공무원 사회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당연한 내용을 법에 명시한 것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있다고 본다. 본다. 인사혁신처 고위 관계자는 "법 해석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법률도 공무원이 '직무상 명령'에 대해서만 따르도록 했기 때문에 위법한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명확하다"면서도 "다만 당연하지만 중요한 내용을 법에 명시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상징적 의미는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직무상 복종 의무가 약해지면서 관료사회가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상사의 정당한 명령에 대해서도 공무원 개개인이 위법 여부를 따지며 업무 수행을 태만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앙부처의 모 사무관은 “위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실제로는 대단히 모호하고 어려운 일”이라며 “결국은 법원이 판단할 것을 공무원이 상급자가 지시할 때마다 따를지 말지 생각을 하게 되면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면한 문제는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여야할 권력이 썩은 것”이라며 “개정안은 당연한 내용을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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